자선단체서 마련 숙식 지원
입주 희망자 많아 대기자도
주민·사업주들은 반발
짐 마샬(39)은 그날 기억이 생생하다. 11월 하순인데도 70도 기온의 따뜻한 플로리다 날씨에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다. 인근 술집으로부터 웃음소리가 솔솔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그 날은 마샬이 일생 처음으로 무숙자가 된 날이었다.
그는 “나도 한 때는 저랬는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서 잠을 자야 할지, 어디서 먹고 어디서 샤워를 해야 할 지 앞길이 막막했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에서 5만달러 연봉을 벌었던 마샬은 지난해 실직한 후 플로리다에 일자리가 더 많을 것 같아 이곳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일자리는 없었다. 그는 지난 3개월간 거리 인도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마샬은 근래 정부 관계자들이 소위 ‘경제 홈리스’라고 부르는 경기침체의 수십만 희생자들 가운데 한 명이다. 흔히 정신질환이나 마약중독 등을 앓는 ‘만성 홈리스’들과 달리 최근 실직과 주택차압으로 벼락 홈리스가 된 사람들로 1년 전만 해도 중산층이었다. 전국홈리스방지연맹(NAEH)은 불경기로 인한 홈리스가 앞으로 2년간 150만명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플로리다 피넬라스 카운티의 경우 1년 전 5,500명의 홈리스가 있었지만 올해는 7,500명으로 늘어났으며 이중 1,300명은 어린이들이다.
자신의 피를 팔아 주당 45달러씩 버는 마샬은 “부모님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모든 것이 풀릴 것이라고 늘 말하곤 했다”며 “한 때는 그랬지만 이제는 현실이 아니다”고 한탄했다.
마샬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 그는 지난 2월 이후 가톨릭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텐트촌 ‘피넬라스 호프’에서 잠시나마 안식처를 찾았다. ‘가톨릭 채러티’의 프랭크 머피 회장은 240명의 텐트촌 주민들 가운데 20%가 최근 불경기로 무숙자가 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매서추세츠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전국 곳곳에서 이같은 경제 홈리스들의 텐트촌이 등장하고 있다. 네바다 리노에서는 당국이 셸터 자리를 더 마련한 후 텐트촌을 폐쇄했지만 트럭키 리버 강변과 교외 곳곳에 새로 등장하고 있다. 샌타바바라시는 차에서 생활하는 무숙자들을 위해 자동차촌을 운영하고 있다. 시영 주차장을 밤에 열어놓아 84명의 홈리스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는데 40명이 대기자 명단에서 기다리고 있다.
240개의 텐트가 집처럼 나란히 정렬된 피날레스 텐트촌의 경우 150명의 홈리스들이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다. 가톨릭 채러티는 인근 카운티에도 다른 텐트촌을 만들 계획이지만 주민들과 비즈니스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 3월 피넬라스 호프에 입주한 마샬의 이웃 케빈 셧(53)은 “텐트생활을 꿈꾼 것은 난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175군데 이상의 직장에 원서를 제출한 그는 그러나 마샬보다 낙천적으로 곧 홈리스에서 헤쳐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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