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델리 가게에서 한 조각당 몇 달러를 지불하고 대충 한끼니를 때우는 것 말고도 피자를 만나볼 수 있는 레스토랑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맨하탄 거리를 수놓은 많은 고급 이태리 식당에서, 벽돌 오븐에 구워낸 피자는 단골 메뉴이다. 맛이야 ‘길거리 피자’보다 한 수 위겠지만, 꼭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점심시간은 빠듯한데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피자를 먹고 싶지는 않다면? 이 수많은 길거리 피자가게 중에 제대로 장인정신을 발휘하여 갖은 노력으로 정말 맛있는 피자를 구워내는 집은 반드시 있다. 맨하탄 그랜드 센트럴 역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골로시(Golosi)가 바로 이러한 원조 피자집이다.

들어서자마자 작은 가게 내에 아담한 테이블이 몇개 놓여져 있고, 형형색색의 빛깔로 꾸며진 내부 인테리어는 무지개 색깔의 갖가지 이태리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는 케이스와 잘 어울린다. 소문을 듣고 그 유명하다는 피자 한번 맛보러 처음 방문한 사람은 의아해진다. 과연 이런 캐주얼한 아이스크림 가게 같은 곳에서 파는 피자가 맛있을까? 오픈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주방장과 경영진이 골로시 피자에 가지는 자신감은 대단하다.
모든 재료를 이태리에서 직접 가져오는 것도 모자라, 각 재료가 최고로 맛있는 이태리의 다른 지방에서 따로 따로 모든 재료를 공수해 오기 때문이다.

통조림 캔에서 나오는 재료는 절대로 쓰지 않으며 불필요한 맛은 일절 제거한다. 다른 식당에서 만드는 피자 위에 잔뜩 얹혀서 나오는 기름진 페퍼로니도 쓰지 않는다. 대신 이태리에서 수입해 온 정통 살라미를 페퍼로니 대용으로 사용하는데, 이렇게 하면 음식의 불필요한 기름도 몇 분의 일로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맛이 월등히 좋아진다. 주방장 역시 젊은 이탈리안 청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정신없는 가게 분위기에
서도 이태리인 특유의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구워진 피자는 긴 스케이트 보드처럼 생긴 네모난 판에 나오는데, 특이하게도 인치(inch)당 판매된다. 피자 가격은 인치당 불과 99센트. 노력에 비해 너무나 저렴한 가격이다. 보통은 1인당 3인치 정도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살라미, 작은 브로콜리가 얹힌 페스토, 버섯, 프로슈토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피자를 사자마자 냅킨으로 위에 기름을 제거할 필요가 전혀 없을 정도로 피자는 담백하고 감칠맛 난다. 고심하고 고심해서 엄선한 이태리 식재료를 장인이 온갖 정성으로 구워냈으니 그럴수밖에.미국 피자처럼 몇 입 먹고 나면 느끼함 때문에 김치나 피클을 찾게 되는 일도 없다. 아무리 먹
어도 배가 무리하게 불러오지 않으며 오히려 갈수록 속이 편해진다. 쌀국수를 먹은 것처럼 소화도 잘된다. 과자처럼 얇은 피자 크러스트가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바삭하고 씹힌다. 피자가 입안 가득히 고소함을 남기고 사라지면 옆에 있는 젤라토(이태리식 아이스크림)중 먹고 싶은 맛을 골라 입가심을 하면 된다.

먹고 싶은 맛이 디스플레이 케이스에 들어있지 않으면 주방장에게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만들어 준다. 어떤 손님은 red bull(박카스와 비슷한 음료) 맛을, 또 어떤 손님은 콜라 맛 젤라토를 주문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어김없이 그랜드 센트럴 역을 중심으로 바쁘게 움직일 것이다. 바쁜 발걸음을 잠시 골로시(Golosi) 안으로 옮겨 맛있는 피자를 앞에 두고 잠시 일상의 쉼표를 찍어보자. 장소 : Golosi, 125 Park Ave (btw. 41+42nd), 문의: 212-922-1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