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만에 월드컵 본선무대에 복귀한 북한 선수들이 환호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한과 사우디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마지막 경기가 펼쳐진 17일 사우디 리야드의 킹파드스테디엄. 전·후반 90분은 물론 추가시간 5분마저 흘러 시계가 95분 5초를 가리킬 무렵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다. 북한이 사우디와 0-0으로 비기면서 B조 2위로 한국에 이어 44년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 직행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역사적인 사상 첫 남북한 월드컵 본선 동반 진출의 역사가 확정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휘슬이 울리는 순간 그라운드 위의 북한 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벤치에서 90여 분 내내 마음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보던 김정훈 감독도 코치진과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종료 5분여를 남기고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상 공세에 몇 차례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겪었고, 종료 1분을 남기고는 김영준이 거친 태클로 퇴장 당하는 최대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모든 선수가 집중력을 잃지 않은 결과였다.
특히 ‘인민 루니’로 불리며 본선 진출의 수훈갑으로 평가받는 정대세는 웃옷을 벗고 연방 눈물을 흘렸고 김정훈 감독은 정대세를 감싸안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질적 부상에도 이날 경기에서 수 차례 결정적 선방을 펼친 골키퍼 리명국은 경기 내내 참았던 고통이 밀려온 듯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한 채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잠시 후 선수들은 김정훈 감독을 헹가래치며 만세를 외친 뒤 김 감독을 무동 태우고 북한 인공기를 든 채 경기장을 돌았다. 44년전 잉글랜드에서 세계를 경악시킨 이후 북한 축구 최고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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