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선수들이 모하메드 호모스(12번)가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뒤 함께 그라운드에 무릎꿇고 입을 맞추고 있다.
이탈리아, 이집트에 0-1 고배
브라질 못 꺾으면 탈락 위기
아프리카 챔피언인 ‘파라오의 전사들’ 이집트가 2009 FIFA(국제축구연맹) 컨페더레이션스컵(이하 컨페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세계축구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대회 B조 1차전에서 삼비군단 브라질과 무려 7골을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3-4로 분패했던 이집트는 18일 남아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엘리스팍스테디엄에서 벌어진 대회 B조 2차전 경기에서 디펜딩 월드컵 챔피언인 ‘이주리군단’ 이탈리아를 1-0으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FIFA랭킹 40위인 이집트가 4위 이탈리아를 꺾은 것은 이 대회 사상 최대 이변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이로써 이집트는 B조에서 1승1패로 이탈리아와 타이를 이뤘고 골득실에서 0으로 이탈리아(+1)에 한 골 차로 뒤져 3위를 달렸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오는 21일 벌어지는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강호 브라질(2승)과 맞붙는 반면 이집트는 미국(2패)과 싸우게 돼 4강 레이스에서 이집트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전력으로 볼 때 이집트가 미국을 꺾을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이탈리아는 브라질을 무조건 꺾어야만 3팀이 2승1패로 동률을 이루게 돼 골득실로 4강 진출을 기대할 수 있는 입장이다. 결국 이탈리아로서는 브라질을 많은 골 차로 이겨야 한다는 2중의 부담을 안고 최종전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1차전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치다 1골차로 분패해 세계 축구 팬들을 놀라게 했던 이집트는 이날 세계챔피언 이탈리아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숨은 실력을 입증했다.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인 루카 토니와 알베르토 질라르디노를 벤치에 앉혀두고 미국전에서 동점골과 쐐기골을 터뜨렸던 미국출신 영건 스트라이커 주세페 로시를 센터포워드로 선발 출장시키는 변화를 시도했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전반에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후반들어 토니를 투입하며 총력전에 나섰으나 여러차례 좋은 찬스를 만들고도 끝내 이집트의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유명한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깨뜨린 결승골은 전반 40분에 터졌다. 모하메드 아보 테리카가 올린 오른쪽 코너킥을 문전 정면에서 모하메드 호모스가 솟구쳐 올라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볼은 이탈리아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골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탈리아의 ‘거미손’ 수문장 쟌루이지 부폰도 꼼짝못하고 서서 바라봐야만 했던 골이었다. 미국과의 1차전에서도 전반 0-1 열세를 딛고 3-1 역전승을 거뒀던 이탈리아는 후반들어 파상공세로 2연속 컴백승을 노렸으나 이집트의 저항은 미국보다 훨씬 더 강했다. 특히 이집트 골키퍼 에삼 엘 하다리는 이날 4~5차례 결정적인 실점위기를 눈부신 선방으로 막아내 이집트에 오래도록 기억될 기념비적 승리를 거두는데 결정적 수훈을 세웠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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