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축구, 오늘 FIFA 1위 스페인과 충돌
컨페드컵 4강서 ‘대형사고’ 낼 지 관심


기적이 두 번 연속 일어날 수 있을까.

남아공화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2009 FIFA(국제축구연맹) 컨페더레이션스컵(이하 컨페드컵)에서 기적처럼 4강에 오른 미국대표팀이 ‘2연속 기적’에 도전한다. 미국의 이번 기적은 현 FIFA 세계랭킹 1위이자 유럽챔피언인 ‘무적함대’ 스페인을 꺾고 컨페드컵 결승에 오르는 것. 스페인이 지난 2006년 11월부터 A매치 35전 무패행진을 이어와 브라질의 세계기록과 타이를 이룬 말 그대로 ‘무적함대’라는 점에서 분명히 미국에겐 버거운 도전이지만 축구에서 공은 둥근 것이고 최소한 이번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첫 번째 ‘기적’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이날 스페인과 맞붙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이었다. 월드컵 챔피언 이탈리아, 남미챔피언 브라질, 아프리카 챔피언 이집트와 조별리그 B조에 포함된 미국은 애당초 이탈리아와 브라질이 속한 조에서 2위까지 주어지는 4강 티켓을 따내는 것은 힘들 것으로 예상됐고 첫 경기에서 이탈리아에 1-3, 2차전에서 브라질에 0-3으로 2연패하며 거의 ‘시체’ 취급을 받았다. 더구나 남은 경기 상대는 브라질을 경기 내내 괴롭힌 끝에 3-4로 분패한 뒤 이탈리아를 1-0으로 꺾는 돌풍을 일으킨 이집트. 미국의 4강행은 확률적으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결코 높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한 것이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탈리아가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하고 동시에 벌어진 경기에서 미국은 이집트에 3-0으로 예상 밖의 낙승을 거둬 3승의 브라질에 이어 3팀이 1승2패로 동률을 이뤘고 골득실과 다득점으로 순위를 가린 결과 미국이 2위로 4강에 오른 것. 그 누구도 감히 꿈 꿀 수 없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무덤’에서 흙을 뒤집어썼다가 되살아난 미국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더구나 세계 최강 스페인과의 대결은 미국 입장에서 밑져야 본전인 보너스경기여서 한 번 ‘대형사고’를 치겠다는 의욕에 불타고 있다. 비록 스페인이 미국에 비해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위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승리는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두 팀간의 격차가 큰 것은 아니다.

스페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우리가 미국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육체적으로 강하고 전술적으로도 뛰어나다. 우리를 힘들게 할 수 있는 팀이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미국팀 득점기록 보유자인 랜든 다나븐(LA 갤럭시)는 “그들(스페인)이 오랜 기간 무패행진을 이어온 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들을 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는다. 우리가 좋은 게임플랜을 가지고 좋은 경기를 한다면 이길 찬스가 있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기는 24일 오전 11시30분(LA시간)에 킥오프되며 케이블채널 ESPN과 공중파채널 46번(KFTR, 스패니시)로 생중계된다. 한편 브라질과 남아공이 맞붙는 두 번째 준결승은 25일에 펼쳐진다.

이집트 전에서 한 골씩을 뽑아낸 (왼쪽부터) 클린트 뎀시와 마이클 브래들리, 찰리 데이비스가 기뻐하고 있다.


스페인의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토레스는 미국의 경계대상 1호다.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