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이 잭슨 5의 리드싱어로 폭발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던 60년대 후반, 스모키 로빈슨은 이 탁월한 음악의 신동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몸은 소년이지만 영혼은 나이든, 이상하고 사랑스런 아이”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나이 50의 중년남성인 그에 대해 우리는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다. “몸은 나이 들었지만 정신은 어린 소년인, 이상하고 가엾은 남성”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25일 돌연 사망했다. 세계적, 세기적 메가스타로 인기의 최정상을 독차지한 반면 갖가지 기행들로 구설수가 끊이지 않던 그는 50의 생을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 알려지자 미디어들은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전 세계는 충격에 빠지고, 저마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었다. 지난 몇 년 활동이 뜸하던 그가 마침 내달 런던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전력투구하던 중이어서 죽음은 특히 뜻밖이었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그의 이른 죽음은 어쩌면 필연적”이라는 말들도 흘러나왔다. 보통사람들처럼 70살, 80살을 살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그의 정신과 육체가 너무도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팬을 가졌던 그는 지구상의 그 누구보다도 고독했다. 엔터테이너로서의 화려함 뒤에서 그의 삶은 쓸쓸하고 불행했다.
모든 성공은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잭슨에게 있어서 그것은 보통사람의 일상적 삶이었다. 평생 평범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것이 비극이었다.
잃어버린 유년기에서 비롯된다. 너무 어려서부터 스타로 활동하느라 나이에 맞는 성장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언젠가 그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어린 시절의 슬픔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가정교사와 몇 시간 공부하고 나면 항상 녹음, 녹음, 녹음이었다. 녹음 스튜디오로 가는 길에 다른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참 슬펐다”
제 또래의 놀이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고, 항상 공연을 다니느라 가족들끼리 크리스마스 같은 명절을 지내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피터 팬 신드롬’은 이런 결핍감을 배경으로 한다. 소년으로 살아본 적이 없으니 ‘소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30대의 수퍼스타가 네버랜드라는 놀이공원을 만들고 진기한 애완동물들을 사들여 껴안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통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게다가 그곳에 어린 소년들을 불러들여 함께 뒹굴고 놀다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될 때 그를 향한 세상의 눈초리는 따가웠다. 그는 이런 설명을 했다.
“나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어린이들의 순수한 미소를 보는 것이 즐거울 뿐이다. 그 아이들을 통해서 내가 누리지 못했던 유년기를 즐기는 것뿐이다”
그가 심리적으로 어린 소년 안에 갇혀있었던 데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학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었다. 잭슨을 비롯한 형제들이 공연 중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그의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며 폭행을 일삼았다고 한다.
무대 위에서 환호와 박수를 받던 그가 무대 뒤 분장실로 가면 아버지의 매가 기다리고 있기 일쑤였다. 그는 성인이 된 후에도 무대 밖의 삶, 무대를 떠난 일상적 대인 접촉에 공포감을 느낄 정도였었다. “무대에 서면 나는 안심이 된다. 할수만 있다면 잠도 무대에서 자고 싶다”고 그는 말했었다.
그런가 하면 외모에 한창 예민한 10대 때 그의 아버지는 잭슨의 펑퍼짐한 코와 여드름난 피부를 조롱하곤 했다. 그가 코뼈가 내려앉을 정도로 성형수술을 거듭하고, 검은 피부를 탈색해 얼굴이 외계인처럼 기괴해진 데는 이런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작용했을 것 같다.
피츠제럴드의 소설이자 영화 ‘벤자민 버튼의 이상한 케이스’는 몸의 노화가 거꾸로 진행되어 주인공이 고통을 겪는 내용이다. 주름투성이 노인으로 태어나 어린 아기로 죽는 것이다. 잭슨은 반대로 몸은 나이를 먹지만 정신이 소년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불행의 근원이었다. 슬프고도 이상한 삶의 여정을 마친 그가 이제는 평안하기를 빈다.
권정희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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