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팬이 브라질과의 결승전에서 ‘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내년 남아공월드컵 기대 커져
’미국축구 만만치 않다’
28일 막을 내린 FIFA(국제축구연맹) 컨페더레이션스컵(이하 컨페드컵)은 사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10 남아공월드컵의 리허설이다. 각 대륙 챔피언과 디펜딩 월드컵 챔피언 등이 월드컵이 펼쳐질 경기장에서 겨루는 컨페드컵은 흔히 ‘미리 보는 월드컵’으로 불리지만 8개국만 참가한 대회를 월드컵 ‘프리뷰’로 보기는 무리다. 그리고 이 대회 결과만으로 1년 후 월드컵의 판도를 점치는 것도 사실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미국의 깜짝 선전은 세계가 미국 축구를 보는 눈을 완전히 바꿔놓은 ‘사건’이었다.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A매치 35게임 무패와 15게임 연승가도를 질주하던 FIFA랭킹 1위 스페인을 2-0으로 꺾고 결승에 오르는 대 파란을 연출한 데 이어 결승전에서 ‘삼바군단’ 브라질에게 비록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으나 전반에 먼저 두 골을 넣고 후반 마지막 20여분을 남길 때까지 리드를 지키는 놀라운 선전으로 세계 축구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록 아직은 브라질과 맞서기엔 아직 부족함이 드러났고 현실적으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도 아직은 역부족일지 모르지만 최소한 세계 정상급 팀을 언제라도 꺾을 만한 실력을 갖춘 팀이라는 사실은 확실하게 입증했다. 더구나 스페인, 브라질 등과 대등하게 맞서 싸운 경험은 미국선수들의 자신감에 엄청난 부양효과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미국축구는 세계적으로 실력에 비해 과소평가를 받아왔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랐고 2006 독일월드컵에선 궁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와 1-1로 비겨 이탈리아의 전승우승을 막은 팀이 바로 미국이다. FIFA랭킹도 현재 14위로 상당히 높다. 그 누구도 가볍게 대할 수 없는 팀이다. 하지만 세계 축구계에서 미국은 항상 2류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한일월드컵 때 한국이 같은 조에서 가장 만만한 상대로 꼽았던 팀이 미국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에게만 이기지 못했다. 사실 풋볼과 야구, 농구, 하키 등에 밀려 자국 내에서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미국축구가 세계적으로 대접받기가 쉬울 리가 없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선수들의 자신감에도 알게 모르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그런 심리적인 효과는 이번 대회에서 잘 드러났다. 미국은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에 1-3, 브라질에 0-3으로 연패, 일찌감치 보따리를 싸는 듯 했다. 여기까지는 ‘각본대로’였다. 하지만 미국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아프리카챔피언 이집트를 3-0으로 완파하는 기염을 토했고 여기에 이탈리아가 브라질에 0-3으로 패하는 뜻밖의 결과가 보태지며 미국은 이탈리아를 다득점차로 제치고 4강에 오르는 ‘기적’을 체험했다. 사기가 치솟은 미국은 4강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침몰시키는 ‘제2의 기적’을 연출한 뒤 결승에서 ‘제3의 기적’에 도전했으나 전반 2-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3으로 뼈아픈 역전패의 고배를 마셨다.
비록 브라질을 꺾는 ‘혁명’에는 실패했으나 미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파워팀’으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이미 세계적인 골키퍼 중 한 명인 팀 하워드 외에 랜든 다나븐과 클린트 뎀시, 찰리 데이비스와 조지 알티도어 등이 모두 세계적인 스타로 올라설 가능성을 입증했다. 미국축구가 1년 뒤 같은 장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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