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한의원 이정애 원장 피살사건 수사가 훼어팩스 카운티 경찰이 용의자가 포착된 비디오를 지난 11일 전격 공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와 함께 과거 몇 년간 워싱턴 지역에서 살해당한 한인에 대한 수사가 김학봉 씨 케이스를 제외하고 모두 지지부진했던 터라 이번엔 범인이 진짜 체포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한인사회에 커지고 있다. 그동안 갖가지 궁금증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던 경찰이 왜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는 동영상을 외부에 알리는 쪽으로 수사 전략을 바꿨는지에 대한 추측도 다양하다. 그 가운데 힘을 얻는 견해는 사건 전체에 대한 윤곽을 거의 파악해 범인 검거에 어느 정도 자신을 갖고 있는 경찰이 보다 강력한 물증이 필요해 제보자의 도움을 기다리면서 또한 용의자의 심리를 흔들자는 뜻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범행전 도로 건너편 주차장서 동태 살핀듯
한의원 운영시간등 내부사정 잘아는 자 추정
치밀.대범한 범죄...한인들 적극적 제보 절실
<범행 상황 재구성>
한인 J 씨는 고 이정애 원장이 희생을 당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자신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경찰 공개 동영상에 나타난 용의자가 정경한의원으로 급히 들어가는 시간은 7월24일 낮 12시 21분 경. J 씨는 약 1분 전에 한의원 바로 옆에 있는 한식당 예촌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마침 식당에서 나오던 이 원장을 만나 반갑게 인사했다. 시간은 약 15초 정도. J 씨는 이날 예촌 식당에 설치된 CC-TV에 이 원장과 대화하는 장면이 잡히는 바람에 경찰에 불려가 두 시간을 조사 받아야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경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용의자가 탄 차량이 예촌 앞 도로 건너편에 있는 건물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나와서 한의원 건물 앞에 차를 세웠다는 사실. 즉 이 원장의 동태를 주시하고 있던 용의자는 그가 식당에서 나와 한의원으로 들어가자 바로 쫓아와 범행을 저질렀다 볼 수도 있다. 경찰은 이날 신고를 받은 4시 보다 최소 두 시간 이상 전에 이 원장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어 이러한 결론에 더욱 힘이 실린다. 또 이 원장의 손발을 묶고 살해까지 하려면 한 사람 만의 힘으로는 힘들 것으로 생각됐으나 동영상에 의하면 한 사람이 한의원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이 원장을 직접 살해한 이는 한사람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인피니티 용의자가 범인이라면 범행에 직접 관련된 숫자에 상관 없이 살인 공모에 두 사람 이상이 관여됐다는 결론이 나온다. 범행 사실을 인피니티를 몰던 운전자가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 원장이 예촌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바로 뒤를 쫓아가 범행을 저지른 용의주도함은 또한 한의원 운영 시간 등 내부 사정을 범인들이 평소에 잘 파악하고 있었다는 반증이어서 해결에 또 다른 실마리가 되고 있다.
<사건 해결은 언제쯤?>
동영상에 나타난 용의자 차량의 번호판은 일반인의 눈으로는 식별이 어렵다. 그러나 경찰은 특별한 방법으로 감식을 해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의원으로 들어가는 용의자의 인상착의도 정상적으로는 분별이 어려우나 과학적인 방법으로 특징을 찾아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관련 용의자들의 신상과 소재지를 경찰이 거의 알고 있다는 말도 되기 때문에 뜻밖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용의자가 불체자 신분이라면 신원 추적에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경찰은 범인에게 수사 진척 상황을 노출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목격자나 지인의 제보를 받기 위해 동영상을 공개했다. 수사 종결에 마지막 쐐기를 박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범인들은 한의원 손님이 뜸한 대낮에 살인을 저지르는 대범하고도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이지만 우연찮게 옆 건물 CC-TV에 포착돼 수사에 큰 전기를 제공했다. 인피니티 SUV가 조금 더 지나가 CC-TV 앵글에서 벗어났다면 경찰 수사가 지금도 오리무중일 뻔한 아찔한 행운인 셈이다. 이제 다른 증거를 경찰이 확보하지 못하는 한 동영상을 본 시민들 가운데 결정적인 제보를 하는 목격자나 지인의 신고 정신에 수사의 끝이 달렸다고 볼수 있다.
<이병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