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의 소설 상도를 읽으며 나는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서 들은 임상옥의 얘기를 재미있게 기억했다. 임상옥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역사기록이나 문헌에 있는지를 찾아봤는데 왕조 실록에 단 한번 임상옥의 이름이 나올 뿐 국사인명사전에 조차도 그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구한말의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이였던 호암 문일평 선생이 그의 호암전집에 자신의 동향 사람인 임상옥에 대한 짧은 실록과 만시 몇 수를 남긴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작가 최인호는 장장 5권의 대하소설을 엮어 냈으니 참으로 대단한 입심이고 상상력이다.
문일평 선생의 평전에 의하면 임상옥(1779-1855)의 본관은 전주로 평안도 의주에서 4대째 상업에 종사하던 장사꾼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임봉핵은 중국 연경을 드나들며 인삼 행상을 했는데 무엇이 잘못되어 큰 빚을 지고 임상옥이 어렸을 때 죽었다.
어린 임상옥은 아버지가 남긴 빚을 대신해서 어느 의주 상인의 가게 점원으로 일을 했는데 워낙 사람이 유능하고 성실해서 주인의 큰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인은 임상옥에게 인삼 상단에 끼어 중국에 가게 했는데 중국에 가서도 장사를 잘 해서 큰돈을 벌었다.
임상옥은 나라에 기근이 생기면 곡식을 풀어서 백성 중 기아자가 생기지 않도록 도왔고, 천재지변을 있었을 때 막대한 재물로 수재민을 구제하였다. 이러한 공로로 곽산 군수 되었고 구성 부사로 발탁이 되었으나 비변사의 논척을 받고 사퇴하였다. 그리고 59세가 되던 1837년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빈민구제로 여생을 보내다가 1855년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임상옥은 시재도 뛰어나서 문집으로는 가포집과 적중일기를 남겼다.
오늘날에 사는 우리가 200년 전 상업인 임상옥을 재조명하는 것은 그의 상업관 때문이다. 장사라는 것은 재물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 돈 버는 그 자체가 상업의 목적이 아니라 벌어서 쓰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돈을 벌었으나 돈에 집착하지 않았고, 명예를 얻었으나 명예를 누리지 않았고, 풍류를 즐겼으나 쾌락에 탐닉하지 않았다.” 문일평 선생의 상인 임상옥에 대한 평가이다.
임상옥은 자신의 문집인 가포집에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財上平如水), 사람은 바르기를 저울같다(人中直似衡)”라는 시를 남겼다. 좀 더 뜻을 새기자면“세상의 물이 내 것이 아니고 또 누구의 것이 아닌 것처럼 나에게 들어온 재물도 내 것이 아니며 또한 누구의 것도 아니다. 지금 내가 가진 이 재물은 다른 사람한테 가기 전에 잠시 내가 맡아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사람은 저울 위에 서있는 것과 같다. 바르고 공정해라. 모든 상업 거래를 정도에 입각하여 해라 는 의미이다.
말년에 임상옥은 자신에게 빚진 사람들을 모두 불러서 빚을 탕감해주고 적지 않은 돈까지 주어서 보냈다고 한다. 임상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차피 빚이라는 것도 물에 불과한 것이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었다고 해서 그것이 어찌 받을 빚이요 갚을 빚이라 하겠는가. 그들이 없었다면 나 또한 상인으로 성공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닌 물건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경기가 침체되고 하는 사업이 어려워질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올바른 상업정신이고 내일을 향한 밝은 비전이다 싶어서 임상옥 얘기를 한 번 더 쓴다.
김정수 / 자유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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