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파라과이 원정이 운명의 심판대 될 듯
“이젠 월드컵에서 우승해도 그가 좋은 코치임을 의미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단지 그가 ‘신’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뿐이다”- 아르헨티나 팬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48)가 일생일대의 위기상황에 몰렸다. 올해 FIFA(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가 거의 확실시되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비롯, 세계 축구 최상급의 수퍼스타들이 즐비한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을 이끌면서도 남아공월드컵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했고 아르헨티나 팬들의 그에 대한 인내도 한계에 달하고 있다.
지난 5일 배수진을 치고 충돌한 숙적 브라질과의 남아공월드컵 남미예선 15차전 홈경기에서 1-3으로 고배를 마셔 월드컵 예선 홈경기에서 사상 처음으로 브라질에 무릎 꿇은 뒤 아르헨티나에선 마라도나의 지도력에 실망과 회의감이 터져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호헤 로드리게스(55)라는 팬은 “선수로서 그는 ‘신’이다. 그를 존경한다”면서 “하지만 마라도나는 코치는 아니다. 오늘 경기에서 우리는 세계 최고 선수들을 갖고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는 코치가 필요하다”고 마라도나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팬인 오마르 벨로는 “만약 우리가 이제 와서 월드컵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그것이 그가 좋은 코치임을 의미하지는 못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단지 그가 ‘신’이라는 사실을 의미할 뿐”이라고 마라도나의 코칭능력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표현했다.
아르헨티나 팬들이 이처럼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마라도나호는 지난 6월 에콰도르 원정에서 0-2로 패한 것은 물론 4월 볼리비아 원정서는 (아르헨티나로서) 되돌아보기조차 끔찍한 1-6 참패의 수모를 당했고 이번에는 안방에서 숙명의 라이벌에 보기좋게 KO패를 당했다. 남아공월드컵 남미예선이 이제 3경기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아르헨티나는 승점 22(6승4무5패)로 브라질(승점 30), 칠레(승점 27), 파라과이(승점 27)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4위까지 월드컵 본선 자동출전권이 주어지는데 5위 콜롬비아와 6위 에콰도르(이상 승점 20)이 승점 2차로 바짝 따라와 있어 9일 벌어지는 경기 결과에 따라 6위까지 밀려날 수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에서 신과 같은 존재라고 해도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하는 엄청난 죄까지 용서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축구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일수도 있는 마라도나가 코치로서 자격미달이라는 것은 이제 숨길 수 없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대표팀 감독 임명 때부터 코칭경험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사실로 아르헨티나 팬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줬던 마라도나는 사령탑 취임후 여러 가지 의욕적인 시도에도 불구, 위대한 선수가 자동적으로 위대한 코치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만을 상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도 그의 코치로서 경험 부족을 우려해 1986년 아르헨티나를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던 카를로스 빌라르도(70) 전 감독을 고문으로 임명했으나 마라도나는 빌라르도에게 아무런 결정권도 내주지 않은 것은 물론 아예 선수단과 함께 식사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감독으로서 마라도나를 믿지 못하면서도 그의 선수로서 명성을 믿고 지지를 보냈던 아르헨티나 팬들은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9일 벌어지는 파라과이 원정경기는 이제 마라도나로서 운명의 심판대나 마찬가지다.
<김동우 기자>
디에고 마라도나가 감독으로서 자격미달이라는 것은 이제 숨길 수 없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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