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수지 오만 쇼를 본 일이 있다. 딸의 진학을 놓고 부부가 실랑이를 하며 자문을 구하는 장면이다. 대학을 못 가본 아버지는 딸만큼은 훌륭한 대학에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비용은 일년에 6만달러다. “우리 형편에 그런 돈은 있지도 않으니 집근처 주립학교에 보내자”는 것이 어머니의 주장이다.
딸은 특별히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전공을 정한 것도 아니고 그저 부모가 가라면 간다는 태도다. 집안의 월수입은 6,000달러이고 생활비는 5,400달러이며 저금은 별로 없다. 카운슬러가 물었다. 무슨 돈으로 학교를 보내겠느냐? 아버지는 자기의 은퇴자금으로 입금되어 있는 32만달러에서 돈을 꾸어 쓰겠다고 했다. 4년 학비 24만달러를 꾸어 쓰면 대충 은퇴 후 한 달에 1,000달러씩 20년을 갚아야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설명을 들은 딸도 그럴 수는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명문대학 진학의 꿈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너도 나도 하는 유행에 휩쓸려 잘못된 선택을 하는데 있다. 첫째는 능력과 자질이 갖춰져야 하고 둘째는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셋째는 그 학교사회에서 정서적으로 사교적으로 잘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한인 자녀들 가운데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있다. 감사한 일이다. 우리 이웃에도 공부 잘하는 남매를 둔 한인 부모가 있다. 아들은 하버드를 가고 딸은 예일을 갔다. 지금은 사회인이 되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반면 명문대학에 진학하고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도중하차 한 학생들도 있다. 통계에 의하면 이런 한인 학생의 비율이 타민족 학생에 비해서 월등하게 높다. 대부분 부모의 과욕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일이 생기면 학생은 마음에 상처를 받고 추락된 자존심을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부모의 허탈감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것이 부모 자신들에 의하여 시작된 것이다.
가장 효율적 교육 방법은 부모가 아닌 본인이 선택하고 결정하며 노력하는 방법이다. 불량 청소년들에 대한 연구보고가 있다. 부모가 자녀 교육에 전혀 관심이 없는 가정과 부모가 지나친 관심을 가진 가정에서 왔는데 놀라운 것은 그 비율이 반반이라는 것이다.
무조건 일등을 해야 하고 대학에 꼭 가야 하는데 그것도 명문 대학이라야 된다고 채찍질 하는 교육방법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모름지기 부모의 역할은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뛰고 놀고 생각하고 공부하고 성장하라고 격려해 주고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는 것이다. 여기서 자신감을 키우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알고 창조력을 길러가며 자기를 사랑하고 삶에 기쁨을 배운다.
완벽주의자 아버지가 있었다. 집안은 티끌 없이 깨끗해야 하고 아들은 시험에 100점을 맞아야 한다. 아들은 음악레슨, 학교, 집 이렇게 세 곳만을 오가며 중고교 시절을 보내다가 어느 날 부모에 반기를 들었다. “이것은 내 길이 아니라 아버지의 길이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유 없는 반항이 아니라 가슴 밑바닥에서 나오는 탄원이었다. 하지만 아들은 “내가 너를 위해 얼마나 투자했는지 아느냐? 다 너를 위해서다”라는 아버지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아들은 면도칼로 손목 힘줄을 끊었다.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고백이다.
부모는 열성만으로는 부족하다. 현명한 지도와 교육방법이 함께 할 때 자녀의 성공적 학교 선택과 행복한 삶을 위한 교육은 이루어지게 된다.
이영범 /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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