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사전 통보도 없이 황강댐을 방류하여 6명이나 죽는 참사가 일어나 한국은 물론 미주지역 한인사회도 분노를 금치 못하게 한다. 그동안 비가 오지 않았는데 댐을 연 것은 고의적인 처사라고 보도한 기사도 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한국정부의 즉각적인 대응과 각국 언론매체의 보도 때문이었는지 이북에서는 이례적으로 이번 일을 시인을 하는 정도의 통지문을 보내왔다. 그리고 앞으로는 미리 연락하겠다고 하며 인명 피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지난번 금강산 관광객이 인민군에 피살되었을 때도 언급을 회피했다. 이번 일이 이북의 군부와 행정부에서 의견 차이에서 나온 처사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번만은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는 한국 정부의 뜻도 있어 어떻게 진전될지 두고 보아야겠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20여년전 평화의 댐 건설 때 일이 생각난다. 당시 올림픽 경기 때 이북에서 댐을 방류한다면 서울은 엄청난 피해를 당한다는 한국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북에서 금강산 댐을 건설할 때 위협을 느낀 이남에서는 이를 막기 위하여 ‘평화의 댐’을 2단계에 걸처 공사하기에 이르렀다.
1987년 2월부터 1989년에 댐 높이 80미터에 길이 400여 미터 되는 댐이다. 그러다가 김대중 정권 때 높이 125미터에 길이 610미터로 1차 때 지은 댐을 증축했다고 한다. 공사를 시작한 전두환 정권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고 여론에서 비난받기도 한 댐이었다. 가능성도 없는 이북의 위험을 정권연장 목적으로 이용한다고 했다.
그 이후 햇볕정책을 따르던 김대중 정권 때 예고 없는 이북의 방류로 적지 않게 놀라 부랴부랴 그렇게 비난하던 1차 댐을 보수하며 증축하는 아이러니도 있었다. 이런 일이 여러 차례에 있었다고 한다.
제1단계 공사 때 전국적으로 그리고 해외 동포로부터 공사자금 모금 캠페인이 시작됐다. 당시에 ‘평화통일 정책자문회의’ 상항 지역협의회에도 이런 뜻이 전해졌다. 전두환 대통령 때 설립된 이 기구는 후일 ‘민주 평화통일자문회의’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모금운동에 앞장섰던 상항 지역협의회에서는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해외 평통기구를 군사독재 선전용으로 이용한다고 일부 언론에서도 그리 달갑지 않게 보기도 했고 많은 한인 인사들로 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협의회장이었던 나는 간부들과 뜻이 있는 몇사람과 같이 2,000 달러를 모아 본국에 보냈다.
당시에 평통위원이 30여명 정도였고 지금처럼 회비제도도 없어서 주로 간부위주의 성금이었다. 이렇게 하여 지은 댐에 우리 해외 한인들의 마음 뿌듯함도 느끼다가 정권이 여러 번 바뀌며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축조된 것이라는 기사를 읽을 때마다 마음 편치 않은 경험도 했다. 이북에서 수공에 가까운 변을 여러 번 당하며 이제 평화의 댐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된다고 하는 반가운 기사도 읽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가히 천문학적인 원조를 이북에 해왔다. 그들이 수해로 농작물에 엄청난 피해를 당했을 때 구호미와 건축자재 등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돌발적인 일로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미국에 이런 속담이 있다.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인과응보의 이야기다. 해방 후 어린 나이로 이북에서 피난 나오며 본 것이나 6:25때 그들의 처사를 본 후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달라진 것이 없다. 얼마나 인내를 갖고 그들이 변하기를 기다려야 되는지 마음이 답답해온다. 남도 아닌 자기 동족에게 그렇게 모질게 해야 되는 그들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이종혁 /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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