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 한인타운에서 한미 동맹과 북한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강연을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어떤 여성이 일어나 “한인 2세들은 왜 북한 핵 문제 등의 이슈에 대해 관심이 없을까요? 한국전쟁을 겪지 않았기 때문인가요? 그들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나요?”라고 물었다.
사실 이런 생각은 한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한미 관계와 관련, 몇년전 젊은 한국인들은 “역사적 기억상실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과거 한국을 도운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젊은 세대와 부모 세대의 세계관이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한인 2세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는 문제의식과 목표는 부모 세대와 확연히 다르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인 2세들이 때로 희망을 안겨 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그들에게 큰 기대를 가질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들이 50년 전의 한국 전쟁, 가난 그리고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들을 겪어 보지 않았다는 것은 해도 되고 도움도 될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한인 2세들이 북한 그리고 한미 동맹에 대해 부모 세대와 관점 및 감정의 깊이가 다른 것은 긍정적인 것 일수도 있다. 실질적인 남북화해는 결국 전쟁의 비통함을 초월함으로써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기성세대 보다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루어질 확률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한인 2세들에게 한국의 문화유산을 전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새로운 경험은 진취적이고 자신감 있는 한국인의 세계관 형성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둘째, 내가 한국과 미국에서 젊은 세대를 가르쳐 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한인 2세들은 한반도 관련 이슈에 대해 나름대로 깊이 고민하고 있다. 단, 그 방식이 부모 세대와 다르다는 것뿐이다.
한인타운에서 열리는 북한 핵개발 문제에 대한 강연에 참석할 한인 2세는 극히 적다 하지만 만약 강연 주제가 북한 인권문제 개선이라면 많은 인원이 토론에 참여하고 심지어 자원봉사도 할 것이다.
내가 방문했던 모든 학교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인민들이다. 젊은 세대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정치적이기 보다는 사회적인 것이다. 이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한인 2세에게 공산주의와 냉전은 먼 옛날 과거의 일이지만 독재 체제로 인한 사회적 부당함과 인간의 고통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인 2세의 강점은 1세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한인 1세의 의식과 관심은 한국의 전통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반면 한인 2세는 미국 문화와 전통에 훨씬 더 깊은 뿌리를 갖고 있다. 그들은 미국에서 태어났지 않은가. 그들이 비록 한국적인 것에는 낯설어도 앞으로 미국에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한인 2세는 아직도 젊은 세대이다. 1960년대에 태어난 나는 이제 ‘구세대’에 속한다. 한국인들의 이민은 1970년대와 80년대에 절정을 이루었다. 그들을 부모로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대다수는 현재 30대 중반이다. 이제야 그들은 커뮤니티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위치에 도달했다. 앞으로 10년 후면 더욱더 많은 2세들이 각 분야의 지도층이 되어서 한국과 미국 사이의 교두보 역할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데이빗 강 / USC 한국학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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