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08점 역대 2위… 그랑프리 6연속 우승 시동

‘피겨퀸’ 김연아(19, 고려대)가 자신의 역대 최고점에 육박한 빼어난 연기로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6연속 대회 우승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16일 프랑스 파리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베르시’ 빙상장에서 치러진 2009-10 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자신의 역대 최고점(76.12점)에 0.04점 모자라는 76.08점으로 2위 나카노 유카리(일본, 59.64점)에 무려 16.44점이나 앞서 가볍게 1위에 올랐다. 반면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는 필살기로 내세운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을 1회전반으로 처리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며 58.96점에 그쳐 3위로 밀렸다.

완벽한 점프와 표현력, 그리고 강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본드걸’의 치명적인 유혹에 매료된 2분50초였다. 10명의 출전선수 가운데 9번째 순서로 나선 김연아는 영화 007시리즈 주제곡에 맞춰 본드걸로 변신해 연기를 시작했고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를 완벽하게 처리하며 가산점 2점을 챙겼다.

이어 트리플 플립(기본점 5.5점) 점프 역시 1점의 가산점을 받으며 깨끗하게 착지한 김연아는 레이백 스핀과 스파이럴 시퀀스도 최고난도인 레벨 4로 처리하고 더블 악셀(공중 2회전반)에서는 1.8점의 가산점을 받는 깔끔한 점프로 역대 최고점 경신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하지만 내심 레벨 4를 노렸던 스텝에서 레벨 3을 받아 주춤한 김연아는 마지막 콤비네이션 스핀을 최고난도인 레벨 4로 마무리하면서 역대 자신의 최고점에 단 0.04점 모자라는 훌륭한 점수로 2009-10 시즌의 서막을 올렸다.

연기를 마친 후 김연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립박수로 환호하는 관중에 인사를 했고, 빙판 밖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본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뜨겁게 얼싸안으며 완벽한 연기의 기쁨을 나눴다. 김연아는 17일 벌어지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이번 시즌 첫 금메달과 함께 무려 6개 그랑프리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본드걸’ 김연아가 완벽한 연기로 자신의 생애 최고기록에 0.04점 모자라는 점수로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며 그랑프리 6연속 우승을 눈앞에 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