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그랑!” 쇳소리를 먼저 들은 건 부인이었다. “여보! 당신도 들었어요?” 부인은 남편 김영규씨(사진)를 나직이 깨웠다. 인기척은 가까이 있었다. 자동차 정비공장 안이었다. 김 씨의 머리털이 곤두섰다. 몸은 전율감에 떨렸지만 어느새 김 씨는 바지를 추슬러 입고 있었다. 사무실에 보관하던 권총을 꺼내든 김 씨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침입자가 먼저 김 씨의 권총을 발견했다. 침입자는 문고리를 잡고 힘으로 밀어붙였다.
김 씨가 도어에다 총을 발사하자 침입자가 소리쳤다. “쏘지 마!” 침입자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김 씨가 다시 총을 쏘자 마침내 문은 열렸다. 그러나 침입자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샷건(장총)을 든 김 씨는 정비공장 안의 불을 켜고 침입자를 살폈다. 한쪽 구석의 차 밑에 침입자는 숨어 있었다. 이마에 총을 갖다 대고 차 밑에서 끌어내자 침입자는 해머를 들고 달려들었다. 김 씨가 위협사격을 하니 그제야 반항을 포기했다. 침입자를 의자에 묶은 김 씨는 바로 911에 신고를 했다. 그게 1985년이었다.
“직원들 봉급을 주고 늦게까지 일하다보니 피곤해 아내와 그냥 오피스에서 잤습니다. 마침 그날 강도가 든거지요. 상대방이 무기를 들었는지 알 수 없으니 불안합디다. 일당들이 밖에 있다 총을 쏠지도 몰라 자세를 낮추고 강도를 상대했습니다.”
김씨가 강도를 잡은 무용담은 다음 날 워싱턴포스트지와 TV 등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강도는 다른 사건으로 현상금이 붙어 있던 자였다.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에서 자동차 정비공장을 운영하는 김영규 사장이 부득이 총을 빼든 사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년쯤 뒤였다. 어떤 젊은 남자가 여자와 다투다 그의 정비공장 주차장에 설치해둔 공중전화기를 부순 일이 발생했다. 김 씨는 그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 공중전화기는 내 재산이다. 어떻게 할래?” 그러나 그 남자는 김 씨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So What!’하면서 확 밀고 가버렸다. “덩치도 작은 아시안이라고 얕본 거지요. 제가 따라가 뒤에서 잡고 권총을 뽑아 옆구리에 댔어요. 정비소에 있던 처남들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올해는 집 주위 공원을 산책하다 소매치기를 만났다. 3월 어느 날 오후, 일찍 퇴근한 김씨 부부는 건강을 위해 산책에 나섰다. 대낮이었지만 공원길에는 으슥한 곳이 있어 마침 총을 차고 나갔다. 김 씨가 아이팟의 노래를 들으며 앞장섰고 부인이 뒤를 따라 걷던 중이었다.
“누가 뒷주머니를 당기기에 돌아보니 덩치가 산만한 흑인이 도망을 가요. 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이 없어졌지 뭡니까. 좇아가니 길 건너편에 주차해놓은 차문이 열리고 달아나요. 권총을 꺼내 경고용 사격을 했는데 차에 맞았는지 연기가 납디다. 인근 주택가로 도망가더니 주민들이 나오자 차를 세우고 도망갔어요.”
몇 개월 후에 범인이 잡혔다는 연락을 경찰로부터 받았다. 김영규 사장은 평소 총을 소지해 가정과 비즈니스를 지킬 수 있었다며 위험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한인들에 총 소지를 권했다.
그는 “내가 만약 빈손으로 덩치 큰 강도들을 상대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며 “자녀가 많은 가정과 현금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들은 방어용 총을 소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한인들은 현금이 많다는 이미지가 있어 엉뚱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총은 나쁘게 사용하면 흉기지만 좋게 사용하면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이기(利器)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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