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6년 만에 무역 페어가 열렸다. 그런데 한 나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 나라는 이라크 침공과 주둔, 이라크 군대 훈련과 국가 재건에 1조달러를 쏟아 부은 나라다. 그러나 현 이라크 정부가 옛 상업용 페어 부지에 세계 각국 기업을 초대해 무역 페어를 열었을 때 참가한 32개국 중 미국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총 396개 기업 중 “미국 회사는 2~3개에 불과했고 그나마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것들뿐”이라고 이 행사를 주관한 하셈 하텐은 말했다.
전비 1조달러 쏟아 붓고도 따낸 공사는 미미
공사 부실·반미 감정으로 외국 회사만 덕 봐
이 무역 페어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비즈니스에 좋을지 모르지만 미국 비즈니스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미국 기업들은 미국 침공으로 별 덕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부 미국 기업들은 높은 안보 비용과 폭력에 대한 공포 때문에 이라크 투자를 피하고 있다.
투자하고 싶은 기업들도 미국 회사는 일을 엉터리로 하고 값이 비싸다는 인식과 널리 퍼진 반미 감정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이라크의 총 수입액은 435억달러로 전년의 256억 달러보다 크게 늘었으나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0억달러로 변화가 없었다.
두니아 프런티어 컨설턴트에 따르면 외국 투자가로는 2008년 아랍 에미릿 연맹이 310억달러로 가장 많으며 미국은 정부 공사를 제외하면 4억 달러에 불과하다. 두니아는 한 보고서에서 “전쟁 직후를 제외하면 이라크에서 미국 투자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군수업체를 포함 전쟁과 주둔 기간 번창했던 미국 기업들도 향후 2년간 미국이 철수하면 같이 떠날 계획이다. 미군 기지 지원 사업으로 330억달러를 발주한 KBR은 미군 기지들이 이라크로 넘어가면 이라크 정부와 계약을 다시 해야 하는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건 공사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대변인인 헤더 브라운은 “KBR은 정부 공사와 관련,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이라크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벡텔과 같은 대기업은 발전소 같은 장기 공사를 맡고 있지만 이는 미국 재건 원조 자금으로 시작된 것들이다.
이제 이라크 정부는 석유 자금으로 독자적인 투자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여기 미국 기업 참여는 의외로 저조하다. 2013년 걸프 게임을 앞두고 지어지는 바스라의 10억달러 규모 스테디엄과 주택 컴플렉스인 스포츠 시티 공사는 이라크 건설 회사인 알 지부리에게 넘어갔다. 이 프로젝트 입찰에는 미국을 비롯 60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 회사 소유주 보좌관인 아다이 알 술타니는 “하청업자 가운데는 미국 회사가 몇 개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교통부가 최근 300억 달러 규모의 철도 연장 공사를 하면서 계약을 체코와 영국, 이탈리아 회사에 줬다.
이들 나라는 미국이 이끄는 연합국에 속해는 있지만 이들은 오래 전에 철수했다. 이라크 공사의 최대 수혜자는 이라크 침공 때 미국 비행기가 자국 기지를 사용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터키다.
전쟁 전까지 이라크와 거의 거래가 없던 터키의 이라크 수출은 작년 100억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미국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터키 무역 장관인 쿠르사드 투즈만은 이 수치가 2년 내 3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터키와 이란은 이번 페어에 대대적인 사절단을 보내 거래 성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연합국 멤버도 아닌 프랑스와 브라질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달 2004년부터 이라크 배달 사업을 해오던 페드엑스는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이라크 관리들이 러시아 항공사인 러스에어에 화물 배달 독점권을 줬기 때문이다. 페드엑스는 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위험 지역인 레드 존까지 배달 사업을 하던 드문 미국 회사의 하나다. 이제 위험이 좀 덜해지자 비즈니스를 나중에 나타난 러시아 회사에 뺏긴 것이다. 이 회사는 “러스에어에 일을 맡길 수밖에 없게 됐으며 그 결과 신뢰도가 크게 손상됐다”며 중단 이유를 밝혔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라크 인 대다수는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무너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석유를 얻기 위해 이라크를 침공했다고 믿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라크 전은 비판자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실패했다.
외국 기업과 첫 석유 탐사 계약이 체결된 것은 지난 주 들어서다. 계약 상대는 중국 석유 회사와 영국 기업인 BP였다. 미국 회사인 엑손 모빌은 이라크 석유부로부터 석유 탐사와 관련 마지막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탈리아 대형 석유 회사인 에니는 미국 옥시덴털을 주니어 파트너로 비슷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는 탐사 계약이기 때문에 석유를 찾는다 하더라도 그 소유권까지 갖는 것은 아니다.
새로 나온 이라크 옐로우 페이지에는 미국 회사 광고는 단 하나도 없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은 이라크에서 미국 회사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무역 페어에 미국회사가 없다고 그것이 판단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관리는 “미래는 매우 밝다”고 말했다.
다른 관리는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이라크 투자 회의에서 미국 기업들이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오고 싶어 하는 수백 개 회사를 돌려보내야 했다”며 그 후 바그다드 대사관에도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문의는 아직까지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고 있다.
한 이라크 건설회사 중역은 “터키는 주둔국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인종 그룹이 받아들일 수 있고 공사 단가도 저렴하다”고 말했다. 안보 비용이 높은 것도 미국 기업 참여를 막는 요소의 하나다. 일부 회사는 총 경비의 25%를 보안에 쓴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둔군이라는 이미지가 나쁘게 작용하는 것이다. 2004년 공식 점령은 끝났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 한 유럽 대사는 1년 전 이라크 철군을 끝낸 후 공사 따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말한다. “주둔군이라는 이미지는 크게 불리하다. 그런 인상에서 멀면 멀수록 계약이 쉽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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