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 데저트 컨트리클럽 골프장 옆에 사는 조셉 레겟은 뒷마당에 서서 망망한 초록빛 잔디를 바라보는 게 낙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골프코스가 잡초 무성한 공터 같이 되었다. 팜 데저트에서 가장 잘 설계된 골프장의 하나로 꼽혔던 이 골프장이 챕터 11 파산 신청을 하고 난 후 잔디가 누렇게 말라버렸다. “보기에 너무 흉하다”고 레겟은 말했다. 골프장이 잡초밭 같이 되면서 30년 간 살아온 그의 집값은 절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그는 추정하고 있다. “아내는 제 정신이 아니다”고 그는 말한다.
경제 나빠지자 골퍼들 골프부터 자제
지난 2년 간 문 닫은 골프장 수백개
골프장 문 닫자 주변 집값도 동반 하락
불경기 한파가 골프장에 거세게 불어 닥쳤다. 지난 2년 간 수백개의 골프장이 문을 닫았다. 이전에 까다롭게 멤버십을 관리하던 컨트리클럽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회원가입비를 내리거나 일반인들에게 골프장을 열고 있다.
골프공과 골프채, 의류 판매는 올해 10%가 줄었다. 골프 애호가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수십억 달러의 골프 관련 시장이 타격을 입고 있다.
하지만 골프 한파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누렇게 말라버린 페어위에와 걸어 잠긴 문이다. 올해 9월까지 전국의 1만6,000여 골프장 중 최소한 114개 골프장이 문을 닫았다. 반면 새로 개장한 골프장은 44개에 불과했다.
LA의 부동산 전문가들에 의하면 대부분 골프장의 가치는 지난 2년 사이 30~50% 하락했다. 파산 절차에 들어간 골프장도 여럿이다.
그중 하나가 글렌데일에 있는 체비 체이스 컨트리클럽이다. 1925년 저명한 골프 건축가 윌리엄 P. 벨이 설계한 골프장으로 벨 에어 컨트리클럽, 뉴포트 비치 컨트리클럽을 설계한 사람도 벨이다.
클럽 소유주들은 650만달러에 골프장을 팔려고 내어놓았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스페인 스타일 클럽하우스와 35 에이커에 달하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을 갖춘 골프장이 이 가격이라면 헐값도 그런 헐값이 없다. LA 인근에서 일반 가정집도 그 보다 비싸게 팔리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골프장은 전형적 부동산과는 달리 비즈니스 부동산이다. 골프장으로 남아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골프장 비즈니스가 안 좋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골프는 지난 1980년대가 전성기였다. 매일 전국에서 골프장을 하나씩 새로 개장한다 해도 골프 인구를 다 받아들일 수는 없으리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리고는 1990년대 타이거 우즈가 나타났다. 우즈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골프에 관심을 갖자 투자가들은 ‘타이거 효과’를 기대했다. 우즈로 인해 골프에 신선한 관심의 물결이 밀어닥치리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현실이 되지를 못했다. ‘타이거 효과’로 골프 시청률은 엄청나게 올라갔지만 골프를 치는 인구는 늘어나지 않았다.
미국의 골프 인구는 지난 2005년 3,000만명으로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라운딩 횟수는 오히려 줄었다. 이제 경제가 나빠지고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골프장 소유주들은 재정적 재난에 직면해 있다. 융자금 상환 시기는 돌아오고 금융기관들은 재융자를 안 해주기 때문이다.
업계에 의하면 골프장 투자에 대해 융자를 해주는 기관은 GE 캐피탈, 텍스트론 금융사, 캡마크 금융그룹 등 3개사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들 3개 기관이 골프 관련 융자를 거의 중단하고 있는 상태다. 캡마크는 지난 10월 챕터 11을 신청했다.
골프 클럽들은 대부분 파산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투자가들이 다시 들어온다. 골프장이 운영난을 맞으면 회원으로 가입돼있는 부자들이 힘을 합쳐 골프장을 살려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달에는 일단의 사업가들과 골프 클럽 회원들이 부채를 떠안고 뮤리에타의 베어 크릭 골프 클럽을 사들였다. 새 주인들은 곧바로 회원 가입비와 월 회비를 깎았다. 그러자 27년 된 이 클럽의 회원이 늘고 있다고 골프장 측은 말한다.
데저트 핫 스프링스의 데저트 듄스 골프 코스는 지난 5월 문을 닫은 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입을 추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골프장은 종종 주택단지 개발의 일환으로 만들어진다. 골프장 주위의 주택들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개발업자들은 골프장이 사업상 손해를 본다 해도 주택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골프장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전국 골프재단의 짐 카스 연구담당 디렉터에 의하면 1990년대 개장된 골프장 중 30% 정도는 주택단지 개발과 연계된 것이었다. 올해 새로 개장한 골프장 중에서는 70%가 몇 안 되는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골프장 운영자들이 온갖 재정적 어려움들을 겪고 있는 데 반해 골프장 자체는, 비록 주인이 바뀔망정, 수명을 이어가는 재주가 있다.
예를 들면 팜 스프링스에 있는 에시나 골프 클럽 같은 케이스이다. 잭 니콜러스가 설계한 이 클럽은 지난 2005년 주택단지 개발의 일환으로 문을 열었다가 2년 전 개발업자 중 한사람이 재정적 문제에 부딪치면서 문을 닫았다. 그런데 새 주인이 부채를 안고 사들여 이번 주부터 골프장을 다시 열 계획이다. 주택판매에 다시 불을 붙이기 위한 조치이다.
팜 데저트의 팜 데저트 컨트리클럽 소유주들은 몇주전 운영자금 융자를 받는 데 성공, 골프장 잔디를 다시 살릴 수 있게 되었다.
골프장 사업이 부진해지자 많은 사설 컨트리클럽들은 재정능력이 떨어지는 새 회원들에게 가입비를 무이자로 빌려주고, 공공 골프장들은 할인 특별가격들을 제시하고 있다. 레슨이나 골프 상품의 가격을 할인하고 한가한 시간의 입장료를 낮추는 등이다.
그렇게 값을 내려서 고객들을 불러들이려는 정책이 많은 골프장의 운영을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골퍼들은 싼 값에 골프 치는 것을 마다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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