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LA 기독교 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교회의 사회참여’라는 주제로 2009년도 건강교회 포럼을 개최하였다. 이날 주제 강사로 나선 김기대 목사는 이미 교회가 하는 일이 사회적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교회는 전통적인 사역, 즉 교인의 영성이나 선교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문화운동, 민주화 등 사회의 제반문제에도 직접 뛰어들어 그 변혁을 주도하는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개진하였다.
이에 대하여 페널리스트로 나선 이보민 교수는 복음주의 신학자답게 교회가 스스로 세속화된다면 권위와 정통성을 훼손시켜 오히려 고유의 기능마저 상실할 것이므로 교인들을 양육하여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토록 하는 것이 보다 성서적 접근이라고 반론하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주장은 첨예한 이분법이 아니라 상대방의 논리를 많은 부분 긍정하는 것이어서 특정 사항만 제외한다면 시각과 표현 차이 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상존하는 이견에만 집착하여 옳다, 그르다 따지며 손을 놓고 있기보다는 우선 양측의 의견이 일치하는 구휼이나 구제부터라도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수년 전 LA 기윤실이 실시한 포럼 ‘교회 헌금의 바람직한 사용방안’의 발표자였던 본인이 분석한 미주 한인교회의 예산을 보면 주요 항목은 인건비, 건물 유지와 행정비, 선교비, 교육비 등이었다. 반면 구휼, 구제비는 소형교회 0.6%, 중형교회 1.9%, 대형교회 1.0%로 이것도 몇몇 교회 때문에 계상된 숫자상의 통계일 뿐 아예 없는 교회가 대부분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형제와 이웃을 사랑하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외쳐왔던 교회가 막상 옷을 벗고 드러낸 실체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그 날 발표에서 본인은 교회마다 예산에 빠짐없이 들어 있는 선교비에 대하여 세 가지 지출방안을 제시하였다.
첫째 작은 곳에서 큰 곳으로, 둘째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셋째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이었다. 이는 교회의 모든 사업과 여타 지출에도 똑같이 적용되리라 생각한다. 바로 이웃에 당장 한 조각의 빵이 필요한 헐벗고 굶주린 형제는 외면한 채 보이지 않는 먼 타국에만 비싼 경비 들여 구제하러 가는 일은 현명한 선교라고 할 수 없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가 바뀌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말이다. 그런 분들께 육신의 생명 없이 영혼의 생명만을 구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연말을 맞아 여러 나눔의 활동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금년은 유래 없는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웃을 위해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와 미주성시화운동본부가 주축이 되어 ‘사랑의 쌀 나누기’ 모금을 전개하고 있다.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는 말이 있지만 사랑으로 무거움을 나눠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희생이고 감사의 표현이며 계량적 방법으로 가치를 측정할 수없는 최고의 아름다움이다. 아무리 작은 교회라도 쌀 한 포대 값 10달러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는 구제를 교인들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모든 교회가 앞장 서 참여함으로써 행동으로 하나가 되는 교회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연합하여 선을 이루는 교회 상을 기대해 본다.
조만연 /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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