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이 빗발치는 북한을 탈출한 것은 15세, 한국전 와중 1.4후퇴(1950년) 때였다…생계에 보태려고 때때로 그는 씨름판에 나갔다. 이기면 쌀 한 가마니를 받기도 하고 아주 잘하면 황소 한마리를 받기도 하고, 너털 웃으며 그는 회고한다…”(2007년 3월23일자 SF크로니클지 특집기사 첫머리에서)
그렇게 출발해 세계무도계 거목이 된 민경호 박사(UC버클리 종신명예교수)가 거의 마지막 태권숙원을 풀었다. 태권도의 유니버시아드 정식종목 채택(본보 3일자 A3면)이다. 미국대학태권도선수권대회와 세계대학태권도선수권대회를 창설하고 태권도의 팬암게임 및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에 앞장섰던 그는 유니버시아드 관문격파를 위해 십수년 공을 들여왔다.
“허허, 축하는 뭐, 내 할 일은 다 한 것 같아요, 쉬어야겠어요, 나이도 있고, 눈이 가물가물해서 책 보기가 힘들어요.”
2일 오후 축하전화를 받은 민 박사는 껄껄웃음 속에 다른 말을 섞으면서도 숙원해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겨루기에 더해 품새까지 규정종목이 된 것에 그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게 태권도의 전반적인 방향감각을 전해주는 것 아닌가, 역시 대학조직이라 교육차원에서 그렇게 좋은 결정이 나온 것 아닌가 생각해요”라며 그는 이번 태권낭보를 익혀주는 또하나의 계기가 된 베오그라드 유니버시아드(7월) 비화를 들려줬다.
“태권도가 6개 시범종목 중 하나였는데 파이낸셜 크라이시스(재정난) 때문에 4개를 취소했어요. 다행히 태권도는 살아남았어요. 품새를 꼭 넣어야 되겠다고 조지 킬리언 FISU(국제대학스포츠연맹) 회장한테 얘기했더니 그건 선수나 임원, 심판이 늘어나고 경비문제도 있으니까 조직위원회에 알아봐야 된다고, 조직위원장한테 얘기했더니 어렵다고 하고. 그래, 출전국에 다 알렸는데 지금 취소할 수도 없다, 이러면서 새벽 5시까지 밀고당기고 하면서 결판을 냈어요. 경기장이 부족해서 태권도는 개회식 전에 시작했어요.”
통째로 제외될 수도 있었던 위기를 품새까지 덧붙이는 기회로 반전시킨 끝에 열린 태권도에는 70개국 453명이 출전했다. 결과는 대성공. 킬리언 FISU 회장이 한달 뒤 UC버클리에서 열린 국제태권도심포지엄 기조연설을 통해 “역대최고 태권도 선수들이 출전해 수많은 멋진 경기를 보여줬다”고 격찬하고 FISU 집행위 이전부터 태권도 정식종목화를 공공연히 비칠 정도가 됐다.
태권낭보의 공을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와 이대순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 등 “적극적으로 서포트를 해준 분들”에게 돌린 민 박사는 쉬고 싶다는 뜻을 거듭 비쳤다. “눈 수술도 못받고 내년 2월로 연기했는데, 다 잘됐으니 정말 쉬어야겠어요. WTF에도 내 이름(세계태권도연맹 집행위원)을 빼달라고 해놨어요.”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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