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아 세배와 함께 덕담을 나눴다. “건강하세요” “오래오래 사세요”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되나? 역시 운동과 식이요법이다. 이 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쉽게 할 수 있는 걷기와 맨손체조만 해도 크게 도움이 된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걸어가는 일상생활 속의 운동도 얼마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줄넘기도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단지 조심해야 될 것은 한 발씩 떼는 방식으로 해야만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가 노력하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걸까?
우리 몸은 수많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태어난 후 다시 분열하지 않는 근육, 심장근육, 신경세포를 제외한 모든 세포는 일생 동안 50번 정도의 세포분열로 한계에 달한다. 세포가 분열할 때 새로 생겨나는 세포에는 모세포와 똑같은 유전 정보가 전달된다.
이 과정은 세포핵 안에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기다란 염색체의 두 가닥 끝이 풀어지지 않게 하는 텔로미어 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구두끈의 끝에 붙어 있는 딱딱한 플래스틱 팁을 연상하면 된다.
이 사실을 발견한 세 명의 미국 세포 생물학자들에게 2009년 노벨의학상이 돌아갔다
이 과학자들은 또 세포가 한 번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의 끝 부분인 텔로미어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아내었고,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하게 해주는 효소(텔로머레이스라고 함)를 규명했다. 그 효소의 도움으로 세포 분열이 약 80번까지 가능하다는 것도 발견하였다.
이것을 더 발전시키면 노화 방지, 암 치료 및 줄기세포 연구에 해답을 줄 수 있다.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시켜 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장수할 수 있다. 중국의 진시황제는 이런 사실을 꿈엔들 알고 있었을까?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다. 암세포는 아무리 세포가 분열해도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아서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이다. 노화방지를 위해서는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아야 되고 암 치료를 위해서는 빨리 줄어들게 해야 되는 딜레마에 우리는 빠지게 되었다.
한 방울의 피 검사로 쉽게 텔로미어의 길이를 측정할 수 있다면 “인생의 남은 날을 계수하는 지혜를 주옵소서”라고 한 옛 현자의 말이 곧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남아 있는 인생의 시간을 정확히 알고 그것이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닌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마음이 들게 될까? 성공, 명예, 외모, 재물 등 모두가 시들해질 것 같다. 시기, 질투, 분노, 미움도 다 넋나간 웃음으로 떨어버릴 것이다. 단지 누군가의 뇌리에 사랑, 화평과 자비로 남아 있기만을 바랄 것 같다.
그리고 남은 시간이 더 짧아져 마지막 한 번의 세포 분열만 남아있을 때에는 지금 장암으로 고생하신다는 이해인 수녀의 ‘어떤 결심’이란 시가 생각날 것 같다. 올해의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 만 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이해인 ‘어떤 결심’>
김홍식 /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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