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에도 LA 클리퍼스와 같은 ‘저주받은 구단’이 있다. 지난 주말 예고된 이변의 제물이 된 샌디에고 차저스가 바로 그 팀으로 그 저주가 신인 드래프트 전체 1번 지명 수퍼 히어로까지 번번이 통째로 삼켜버리는 클리퍼스만큼 딱한 신세라고 할 수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1918년 베이브 루스를 디비전 라이벌 뉴욕 양키스에 판 죄로 86년 동안 ‘밤비노의 저주’에 시달렸고, 시카고 컵스는 1945년 염소를 데리고 온 팬의 입장을 막았다가 여태껏 우승을 못하고 있다고 하지만 차저스에 대한 그럴듯한 스토리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1960년대 NFL과 합치기 전 AFL이란 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던 팀이 여태껏 우승 한 번 못하는 것을 보면 돼지머리 사다 고사부터 지내야할 신세가 분명하다.
차저스는 우선 1978년 NFL 팬들이 생전 보지 못했던 오클랜드 레이더스의 경기 마지막 ‘반칙’ 플레이로 발목 잡혔던 팀으로 유명하다. 그 ‘홀리 롤러’(Holy Roller)란 고유적인 펌블로 시즌 후 리그 룰이 변경됐지만 차저스는 탈락했다.
2년 후 1981년 플레이오프에서는 화씨 85도 플로리다주 찜통에서 선수들이 줄줄이 탈진으로 쓰러지는 혈전에서 간신히 이긴 후 다음 주 경기는 화씨 마이너스 59도로 얼어붙은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벵갈스와 붙어야한 불운에 울었다. ‘저주’말고 1주일 만에 화씨 144도 기온차를 설명할 다른 단어가 없다.
프레드 딘, 개리 플러머 등 차저스를 떠난 팀들이 샌프란시스코 49ers로 가서 차저스를 밟고 수퍼보울 챔피언에 오른 것도 ‘저주’며, 1998년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종합 1번 지명권으로 인디애나폴리스 콜츠가 뽑은 쿼터백 페이튼 매닝이 이미 4차례 리그 MVP로 뽑힌 반면 차저스가 바로 그 다음에 2번으로 뽑은 쿼터백 라이언 리프는 말썽만 부리다가 쫓겨났다. 리프는 리그 역사상 최고 실패작 중에 하나로 작년에 또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플레이오프에서 뉴욕 제츠에 진 것은 2004년 포스트시즌에 이어 5년 만에 두 번째. 그때도 네이트 케이딩의 마지막 필드골이 빗나가며 시즌이 끝났다. 케이딩이 NFL 역사상 가장 정확한 키커라는 점도 우습다. 이번 정규시즌에는 16경기에 걸쳐 성공시키지 못한 필드골이 단 3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17일에서는 한 경기에 3개가 빗나갔다. 그 중 한 개만 성공시켰어도 연장전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
또 2년 전에는 기껏 플레이오프에 올랐더니 주전 쿼터백(필립 리버스)의 양쪽 무릎 인대가 다 찢어지고, NFL 최고 타이트엔드(안토니오 게이츠)의 엄지발가락이 빠지고, 간판스타 러닝백(라데니언 탐린슨)이 무릎부상으로 쓰러져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차저스는 2007년에 채용을 거부한 코치들이 이날 반대쪽 사이드라인에 서 있던 점도 눈에 띈다. 차저스는 A.J. 스미스 단장과 마티 샤튼하이머 감독의 관계가 껄끄러워진 시점에서 샤튼하이머 감독이 아들 브라이언 샤튼하이머를 어시스턴트 코치로 채용하겠다고 고집하자결별을 결정했는데 그때 새 감독후보로 인터뷰한 사람 중에 하나가 바로 현 제츠 사령탑 렉스 라이언이었다. 그때 라이언 또는 브라이언 샤튼하이머 대신 노브 터너 감독을 선택한 것이 차저스의 운명인 셈인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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