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여성 부부가 결혼식 비용을 아껴 아프리카의 빈국 르완다에 초등학교 건립기금으로 보내 주위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달 20일 홍영환(30, 미국명 Zaneta)씨는 여성이면 누구나 선망하는 웨딩드레스와 면사포 없이 결혼식을 올렸다. 홍씨의 결혼식은 여러모로 여느 결혼식과 달랐다. 신부는 미장원도 가지 않았고 특별한 화장도 하지 않은 채 평복을 입었고, 화한이나 꽃다발도 볼 수 없었다. 예식도 볼티모어 다운타운 작은 성당의 별관에서 치러졌을뿐더러 피로연도 인근 일반식당 한켠에서 조촐하게 마쳤다. 혼수는 순금도 아닌 합금 가락지 1개씩 교환한 것이 전부였고, 하객들에 대한 답례품도 게(crab)를 요리할 때 사용하는 양념조미료 1통씩이 고작이었다.
의아해 하던 하객들은 축의금을 내고 받은 작은 카드를 통해 고개를 끄떡일 수 있었다. 그 카드에는 축의금은 전액 낸 사람 명의로 아프리카 적도 근처 르완다의 마소로라는 도시의 한 커뮤니티 센터에 기부된다고 쓰여 있었다.
홍씨는 돈이 나갈만한 것은 모두 줄였고, 이렇게 모인 돈을 르완다에 보냈다.
건축설계사인 홍씨는 지난 여름 친구들과 함께 르완다에 초등학교를 짓는 공사에 참여한 이래 그 곳에 초등학교를 짓겠다는 뜻을 세웠다.
홍씨의 뜻에 남편 마이클 비먼 씨는 물론 소셜 워커인 사돈들도 선뜻 동의했다. 비먼 씨는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건축학과 교수이며, 홍씨도 같은 학교의 재료실습실 큐레이터로 근무하며 강의도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결혼 며칠 후 남편이 손수 아내의 머리카락을 한자나 잘라 암에 걸려 머리가 없는 아이들에게 가발을 만들어주는 기관에 기부하기도 했다.
30년 이상 볼티모어에 거주하며 줄곧 모라비아 쉘 주유소 운영해온 부친 홍상칠씨(70)와 모친 홍영은씨(61)는 “미국에 와서 비즈니스를 하며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것을 큰 보람으로 살았는데 처음에는 매우 서운했다”며 “하지만 두 사람의 사고가 깊이가 있고 비전이 있어 이해하게 됐을뿐 아니라 오히려 딸로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홍씨의 결혼식에는 그리스, 독일, 일본, 영국 등 외국과 샌프란시스코, LA 등 미국 각지에서 모인 40여명이 전부. 홍씨 또한 딸의 요청으로 지역에서 가까운 지인 몇 명만 초청했다.
홍상칠씨는 “귀여운 외동딸의 결혼식을 정성을 다해 아낌없이 남부럽지않게 잘해주고 싶은 욕심에 화려한 예식을 준비하려고 동분서주했으나 딸의 의견을 듣고 기꺼이 접었다”며 “혼수나 결혼비용으로 불행한 일이 생기는 현 세태에 부모들이 먼저 솔선해서 검소하게 결혼식을 갖도록 이끌어 좋지 않은 풍습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홍상칠씨 또한 “아프리카가 아니더라도 이 지역 힘들고 소외된 곳을 찾아 돕고 싶다”고 밝혔다.
<유지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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