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첼리스트 요요마·피아니스트 엑스 듀오 콘서트
첼리스트 요요 마와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액스가 함께 하는 연주는 언제라도 꼭 한번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와 액스가 지난달 27일 디즈니 홀에서 가진 듀오 콘서트는 참으로 아름답고 황홀하여서, 한장 한장 넘어가는 악보와 선율 따라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가슴이 다 조여드는 연주회였다.
이 콘서트는 낭만주의 음악가 쇼팽과 슈만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그들이 쓴 몇 안 되는 첼로 음악들로 꾸며졌는데, 사랑과 비극으로 굴곡진 두 사람의 생애만큼이나 섬세하고 애틋하고 서정적이며 격정적인 연주로 우리를 매혹시켰다.
특히 마와 액스는 서로를 사랑스럽게 배려하고 양보하고 추켜세우는 연주로 감동을 주었다. 상대의 소리를 압도하지 않으면서 완전히 조화된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 순간도 놓지 않고 마음을 주고받는 연주는 실로 감동적이었다.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연주장은 두 사람이 빚어내는 따스하고 아름다운 기운으로 가득 찼으며, 사람들은 열광한다기보다 가슴이 벅찬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실제로도 오랜 친구이며 함께 녹음한 음반이 여럿 나와 있다.
슈만의 곡들은 주로 첼로가 주인공이었으나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곡들은 피아노가 주인공이었으니, 공평한 프로그램이었다고 하겠다. 슈만의 곡들도 깊고 섬세했지만 쇼팽의 폴로네이즈 브릴란테와 첼로 소나타 연주는 탄성이 나오도록 아름다웠다.
우수에 찬 듯 하면서도 화려한, 전 옥타브를 넘나드는 액스의 격정적인 피아노는 이에 응답하는 마의 비장감 넘치는 첼로와 더불어 하이라이트를 이루었다.
요요 마의 첼로 연주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소리를 내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라는 찬사답게 고음에서건 저음에서건 첼로라는 악기가 낼 수 있는 가장 감동적인 소리를 만들어냈다. 게다가 6세때 데뷔 리사이틀을 가진 신동이 55세가 될 때까지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쌓아온 소리라니, 그가 모든 현의 놀림에 섞어넣는 수많은 감정들은 그저 한없이 곱고 아름답고 강렬하고 가슴에 사무치는 소리가 되어 나왔다.
이날 특별했던 것은 피터 라이버슨이 LA필의 위촉으로 작곡한 ‘슈만을 기억하며’(Remembering Schumann)였다. 3악장으로 된 이 곡을 두 사람은 열정적으로 연주했는데, 슈만적인 음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척 서정적이고 감정 충만한 연주였다. 이렇게 가슴이 꽉 차도록 흡족한 연주회를 다녀오면 며칠이 행복하다.
<정숙희 기자>
디즈니 홀에서 연주하고 있는 요요 마(왼쪽)와 엠마누엘 액스. <사진 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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