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창단연주회를 가진 글렌데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단원들이 주로 러시안과 아르메니안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한인 연주자가 한 명 섞여 있어 눈길을 끈다. 첼리스트 어거스트 리(이종현·26). 18세 때 러시아로 건너가 차이코프스키 모스크바 컨저버토리에서 첼로 독주와 티칭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영어보다 러시아 말이 더 편할 정도로 이들의 언어와 문화, 음악에 편안하게 적응하고 있어 글렌데일 필의 첼로 부수석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진주명창 이선유 증손
모스크바서 첼로 유학
오는 6일 앙상블 공연



어거스트 리는 4대째 내려오는 한국 음악가 집안의 후손이란 점이 무엇보다 특별하다. 그의 증조부 이선유는 동편제로 유명한 조선말기 진주 명창이며 1933년 최초의 판소리 사설집 ‘오가전집’을 낸 명인이다. 또한 할아버지 이재호는 ‘불효자는 웁니다’ ‘번지 없는 주막’ ‘나그네 설움’ ‘산장의 여인’ ‘산유화’ 등을 작곡한 한국 가요계의 전설적인 음악인이었고, 아버지 이범승은 오스트리아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작곡가와 지휘자로 활동한 클래식 음악인이다.

그렇게 면면히 내려온 한국 전통음악과 가요와 클래식의 힘이 모두 그의 피에 흐르는 것일까? 어거스트 리는 음악을 떠난 삶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늘 음악을 듣거나 콘서트 테입을 보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피아노는 네 살 때부터 쳤는데 아홉 살 때 한 첼리스트가 협연하는 모습을 보고 첼로를 하고 싶다고 졸랐죠. 그렇게 해서 첼로를 품에 안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첼로는 나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나의 연주를 들은 사람들은 깊이 끌리고 빠져드는 힘이 뭔가 다르게 느껴진다고들 해요. 우리 가족의 음악적 파워인 것 같습니다”

그는 러시아의 유명한 첼리스트 키릴 로딘의 매스터 클래스에 참가했다가 로딘 교수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로 유학 갔으며 지금은 그의 8년 선배이며 같은 로딘 교수의 제자인 글렌데일 필하모닉 창단자 루슬란 비류코브(Ruslan Biryukov)와 함께 공부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오케스트라 연주 외에도 거의 매달 주요 콘서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이번 주말인 2월6일 오후 7시30분에는 글렌데일 제일침례교회에서 ‘루슬란 비류코프와 친구들-첼로 앙상블’이란 제목으로 6명의 첼리스트(막심 벨리치킨, 호프 이스턴, 개릭 테르지안, 패트리샤 라이언 등)와 피아니스트(매리 아우)가 함께 하는 콘서트를 갖고 헨델, 모차르트, 보케리니, 바흐-구노, 피아티, 포퍼, 알브렉트버거의 작품을 연주한다.

이어 3월6일에는 글렌데일 필하모닉의 악장이 주최하는 ‘리모르와 친구들’ 앙상블 연주회에서 멘델스존과 브람스 등의 곡을 연주하게 되며, 4월11일에는 닉슨 라이브러리에서 그의 독주회가 열린다. 그런가 하면 매주 월요일에는 샌디에고까지 내려가 알토 폴리스 음악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그는 “올 한해 더 많이 연주하고, 더 많이 가르치며, 국제 콩쿠르에도 많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루슬란 비류코프와 친구들’ 첼로 앙상블의 티켓은 15~50달러.
문의 (323)663-3601
www.glendalephilharmonic.com
연주장 주소 209 N. Louise St. Glendale, CA 91206

<정숙희 기자>


글렌데일 필하모닉의 첼로 부수석으로 활약하고 있는 첼리스트 어거스트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