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춤이 맛있다”고 한다. 그리고 “춤에 미쳤다”고도 했다. 얼마나 미쳤으면 아들이 죽었을 때도 춤을 추었을까. 자신이 느끼는 모든 감정-슬픔과 기쁨, 아픔과 외로움조차 춤으로 풀어내고 견뎌낸다는 에이미 김씨. 쉰둘의 나이에 장구 메고 뛰고 도느라 지칠 법도 한데 그녀는 오히려 “춤을 추면서 힘을 얻는다”고 했다.
오는 26일 오후 8시 LA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한국공연예술 시리즈 ‘소울 오브 코리아’(Soul of Korea)는 에이미 김씨를 주인공으로 세운, 조금 특별한 공연이다. 원래 이 시리즈는 김동석 교수가 이끄는 UCLA 민족음악과 학생들이 다양한 장르의 한국 전통음악 및 무용을 소개하는 행사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개인발표회 아닌 개인발표회 무대를 만들어준 것. 춤에 삶을 건 에이미 김씨를 위한 특별 배려다.
그녀는 그다지 특별날 것도 없는, 그러나 사연이라면 사연일 수 있는 이유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무용을 배우고 싶었으나 집안 형편상 시작도 못 해봤다는 그녀는 83년 미국에 와서 미국인과 결혼하고 미국직장에 다니면서 한국, 한국말, 한국사람은 다 잊고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지내면서 한국말까지 어눌해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국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더란다. 무용을 시작한 것도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북받쳤기 때문이다. 꽤 큰 미국 기계제조업체에서 오랫동안 매니저로 일해온 그녀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코리아를 잘 모르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한다.
전통무용가 이영남 선생에게 10년 정도 한국무용을 배운 그녀는 2년전 UCLA 민족음악과의 기금 모금 웍샵에 참가해 김묘선 교수를 만났다. 그리고 바로 같은 시기에 이제 막 21세가 되던 아들을 사고로 잃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자기 목숨을 내준, 너무도 가슴 아픈 죽음이었다. 무슨 마음에서였을까. 그녀는 아들을 잃고도 웍샵에 나가 춤을 추었다. 그때 그녀의 모습을 김묘선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어디 아픈 사람 같았어요. 표정이 너무 이상해서 괜찮으냐고 했더니 배탈이 났다고 하더군요. 너무 어둡고 슬프고 고통스런 표정으로 춤을 추는 걸 보고 참 이상하다 했는데 알고보니 강습 도중에 아들이 죽었다고 하더군요”
그런 사람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웍샵이 끝나고도 김교수는 특별 교습을 해주며 위로했다. 그리고 특별한 살풀이 음악을 선사하며 들으며 위안을 가지라고 했다. 그 음악은 김 교수가 자신의 공연을 위해 비용을 아주 많이 들여 만든 것으로, 일반 살풀이 음악과 달리 따로 명인들의 구음을 모은 특별한 음악이었다.
“그렇게 귀한 음악을 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 착했던 아들이 늘 혼자 있는 저를 걱정하곤 했는데 아들이 가면서 엄마 혼자 울지 말고 외롭지 말라고 김 교수님을 소개하고 간 것 같아요”
라미라다의 집 차고를 자신의 무용 스튜디오로 꾸며놓고 매일 춤을 추는 김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이 공연을 준비해왔다. 이번 무대에서 그녀는 살풀이, 승무, 태평무, 산조춤을 춘다. 그리고 피날레에는 김묘선 교수가 특별출연해 소고춤을 선사할 예정.
김 교수는 “민족음악과 김동석 교수님이 앞으로도 1년에 한번 정도는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온 사람에게 발표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합니다. 평생 개인발표회 한번 못하는 무용가들도 수두룩한데 한인사회에서 첫 시도가 될 이번 공연이 많은 사람에게 도전이 되기를 바랍니다”
문의 (323)936-7141(Ext. 123 태미 정)
<정숙희 기자>
춤을 추면서 슬픔도, 고통도, 외로움도 잊는다는 에이미 김씨. 한국무용을 통해 한국문화를 자랑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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