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훈 10,000m 금메달 각본 없는 드라마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기적’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승훈은 그야말로 기적같은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23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이승훈은 12분58초55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어 5,000m에 이어 이번 대회 2번째 메달을 따냈다. 이승훈은 스케이팅 장거리 부문에서 아시아 선수로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16명의 참가선수 중 5조 인코스에 편성돼 네덜란드의 반 데 키에프트 아르젠과 함께 레이스를 펼친 이승훈은 출발부터 여유가 넘쳤다. 400m 트랙을 25바퀴나 도는 ‘빙판의 마라톤’에서 첫 바퀴를 돌자 앞서 1위였던 노르웨이의 스베레 하우글리의 기록을 0.69초 앞당기더니 2000m를 돌 때는 2초나 앞섰다. 이후 이승훈은 한 바퀴를 돌 때마다 하우글리의 기록을 1초씩 앞당겼고 절반을 넘어선 5200m 지점에서는 10초22나 단축하며 같이 뛴 아르젠을 반바퀴 차이로 따돌렸다. 이후 더욱 속도를 높힌 이승훈은 계속 하우글리와의 격차를 넓혀간 끝에 결국 마지막 바퀴를 돌 때에는 같이 뛴 선수를 1바퀴 이상 추월하며 7년 묵은 올림픽 기록(12분58초92)을 0.37초 앞당기는 새로운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후 이승훈은 초조하게 남은 선수들의 레이스를 지켜봤고 결국은 세계챔피언인 마지막 주자 스벤 크라머(네덜란드)만의 최후의 관문으로 남았다. 이번 대회 5,000m에서 이승훈을 제치고 금메달을 땄던 크라머는 역시 10,000m에서도 세계기록 보유자답게 놀라운 스피드를 앞세워 2,000m 구간부터 이승훈의 기록을 조금씩 앞서기 시작, 중반 이후 6초 이상의 격차를 보이며 앞서가 이승훈은 은메달에 만족해야 할 듯 했다.
하지만 앞서 가던 크라머는 믿기지 않는 실수로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8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코너로 진입할 때 아웃코스로 나가려다 게라드 켐케스 코치가 황급하게 외치는 지시를 듣고 갑자기 방향을 틀어 인코스로 진입했다. 그러나 원래 들어가야 했던 자리는 아웃코스였기 때문에 인코스를 두 번 탄 크라머는 당연히 실격되고 말았고 금메달의 영광은 이승훈의 차지가 됐다.
이승훈이 기적같은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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