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대회 전에 똥꿈..길몽이었다
어머니 진짜인지 볼을 꼬집어 보고 싶다
완벽한 연기를 끝낸 김연아(20.고려대)가 울음을 터트리는 순간 관중석에서 손에 땀을 쥐며 초조하게 딸의 연기를 지켜보던 아버지 김현석(53) 씨와 어머니 박미희(51) 씨도 동시에 흐느꼈다. 지난 14년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흐르면서 기쁨과 회한이 섞인 감동의 눈물이었다.
25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우승자를 가리는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아버지 김현석 씨와 어머니 박미희 씨는 관중석에 나란히 앉아 숨을 죽이며 딸의 순서를 기다렸다.
그동안 ‘가슴이 떨려서 못 본다’라며 경기장을 찾지 않았던 김 씨는 올림픽 무대에 처음 나선 막내딸의 모습을 지켜보려고 한국에서 날아왔고, 7살 때 처음 김연아에게 피겨스케이팅을 가르치면서부터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았던 박 씨도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며 조용히 딸의 등장을 기다렸다.
이윽고 김연아가 링크 중앙에 서자 부모님의 가슴을 두근두근 방망이질을 치기 시작했고, 행여라도 딸이 실수할까 공포영화를 보듯 떨었다.
하지만 역시 김연아는 ‘강심장’이었다.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도 12개의 연기 요소를 차곡차곡 완성해간 김연아는 마침내 마지막 콤비네이션 스핀을 마치고 나서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며 눈물을 보였다.
김연아의 우는 모습이 전광판에 비치자 막내딸의 연기를 바라보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눈에서도 감격의 눈물이 흘렀다. 말 그대로 감동의 울음바다였다.
김현석 씨는 프리스케이팅이 150점까지 나올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다. 130점대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높은 점수가 나온 것을 보고 금메달을 확신했다라고 기뻐했다.
김 씨는 이어 금메달을 가장 먼저 목에 걸어야 할 사람은 연아의 엄마다. 모든 것을 희생했다. 연아가 가장 고마워해야 할 사람이다. 또 가족의 희생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었던 금메달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연아가 밴쿠버로 떠나던 날 밤에 ‘똥꿈’을 꿨다. 똥이 방에 넘쳐서 치우지 못할 정도였다라며 그동안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못했는데 길몽이었다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박미희 씨도 경기 전에 연아에게 평소대로만 하라고 했다. 점수에 상관없이 스스로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라고 말해줬다라며 연기 초반 점프 3개를 성공하면서 우승을 직감했다. 점수가 나오고 나서 다른 선수가 따라갈 수 없는 점수라서 1등을 확신했다라고 감격했다.
그는 너무 높은 점수라서 다른 선수들이 경기할 때 긴장도 되지 않았다. 숙소에 들어가서 한 번 꼬집어 보고 싶다라고 기쁨을 전했다.
(밴쿠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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