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가 마지막으로 싸운다는 말은 정치가가 선거운동 때 하는 말만큼 신용이 떨어진다. 그런데 ‘필리핀의 국민영웅’ 매니 파퀴아오(31)는 정계 진출을 꿈꾸기에 이번이 마지막 파이트일 가능성이 높단다.
파퀴아오의 트레이너인 프레디 로치는 오는 13일 달라스 카우보이스 스테디엄에서 벌어지는 자슈아 클로티와 대결을 앞두고 “이번이 파퀴아오의 마지막 파이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1일 LA 타임스가 전했다. 로치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파퀴아오는 이미 필리핀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상태라 오는 5월 선거에서 당선되면 그 지역 40만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치적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파퀴아오가 클로티를 꺾고, 로저 메이웨더 주니어가 5월1일 셰인 모즐리를 꺾은 후에도 자꾸 시간을 끌면 서로에게 복싱 역사상 가장 큰 파이트머니를 안겨줄 ‘세기의 대결’이 영원히 무산될 가능성이 높으니 빨리 붙자는 메시지를 메이웨더측에 보낸 것이다.
물론 파퀴아오가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다. 파퀴아오는 몇 년 전에도 출마한 적이 있지만 당선되지 않았다.
로치는 “메이웨더가 복싱계에서는 유례없는 약물검사를 고집하는 등 자꾸 트집만 잡으면 매치가 성사될 수 없다. 대중이 기다려주지 않고 다른 파이트는 원치 않는다. 그리고 매니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어차피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나는 매니가 다른 미련한 챔프들처럼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절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정상에서 은퇴하게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퀴아오는 이미 통산 대전 회수가 무하마드 알리에 6회 차로 다가섰고, 토탈 라운드는 ‘슈거’ 레이 레너드와 같다. 둘 다 성한 몸으로 은퇴하지 못한 전설적인 복서들이다.
파퀴아오(50승2무3패, 38KO)는 오스카 델 라 호야, 릭키 해튼, 미겔 코토, 후안 마누엘 마케스 등을 상대로 11연승을 거둔 공을 인정받아 ‘2000년대의 복서’로 선정됐다.
한편 메이웨더의 프로모터인 리처드 셰이퍼는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도 계약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파퀴아오가 당선돼서 떠나면 어쩔 수 없다. 오스카 델 라 호야를 끝으로 다 들 복싱으로 죽을 줄 알았지만 파퀴아오가 나타나지 않았는가. 파퀴아오가 떠나면 또 다른 스타가 나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규태 기자>
매니 파퀴아오가 프로모션 행사 포스터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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