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같은 진부한 문구를 들먹일 것도 없이 예술의 호흡은 우리의 인생보다 확실히 길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부르넬레스키 등 수많은 천재들이 주도하였고 그들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15-16세기에 남겨진 회화, 조각, 건축물들을 접할 때면 긴 시간속에 살아남은 예술의 유장함을 실감하며 감탄하곤 하는데 시간의 풍화작용마저 비껴간 그 존재의 힘이 놀라울 뿐이다. 무명의 장인들이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하던 시대, 천재들이 가장 많이 배출되던 개인숭배의 이 시대를 우리는 르네상스라 부른다.
편견과 냉대 앞에 굽히지 않고 온몸으로 버틴 예술가들의 그 대담한 사색들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그 후로도 긴 시간을 살아남아 예술이 참으로 사실적인 힘임을 상기시켜주곤 하는데, 인문주의의 정점 르네상스가 배출한 수많은 천재들과 함께 이 시대를 이끈 위대한 가문으로 늘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기억되어 예술후원의 소중함을 일깨우곤 한다.
전 유럽에 메디치 은행을 설립했으며 신흥 상인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피렌체 공화국을 지배했던 메디치가는 예술가들에 대한 후원으로 몇세기 동안의 예술을 빛낼 만큼 중요한 업적을 쌓았으며 당대의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속에 메디치가문의 흔적을 남김으로써, 그들의 후원에 답하였다.
새로운 생각을 지닌 천재들과 그 새로움을 지지하던 메디치의 후원을 씨줄과 날줄삼아 빚어진 이시대의 정신은 지금도 경탄을 자아내는 작품들 속에 녹아들어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부여해주며 메디치에서 꽃피운 예술후원의 전통은 록펠러, 구겐하임, 게티 등 기업들의 문화활동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와 권력융합의 대표적 모델인 메디치 가문이 인문주의와 예술을 후원하지 않았다면 그저 흥망성쇠를 거친 다른 권력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역사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관대한 후원자 메디치가는 이제 부와 권력을 가졌던 가문을 넘어 예술후원의 상징이 되었다.
어느 시대든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작가들에게 애정 어린 후원자들의 관심과 참여는 작가가 클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제공한다. 치열하게 작업하는 작가들이 결정적 이벤트를 치러내야할 중요한 시기에 후원자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뛰는 모습을 보는 것, 혹은 어렵게 자신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검증받을만한 전시를 마련한 후 관객들의 무관심으로 낙담하게 되는 모습들을 보는 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이미 유명세를 탄 예술가이거나, 혹은 작가가 충분한 시장가치를 갖고 들어왔을 때 관심을 갖고 인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는 작가에게 진정한 힘을 실어주는 것은 관객들의 관심 그리고 후원이며 그것에 힘입어 큰 영향력과 예술적 무게를 지닌 작가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다. 많은 나라들이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기업들은 예술이라는 감성코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기업이미지를 생각하는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예술은 더 이상 여유있는 사람들의 사치가 아닌 생활의 일부이다. 작은 전시회, 음악회 등의 참여속에서 우리는 작가들과 자연스럽게 상호교류를 체험하고, 그 심리적 교류와 공집합의 향유를 통해 예술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심오한 흐름을 일궈내는 21세기형 메디치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메이 정 - 앤드류샤이어 갤러리 관장
바사리 작품 ‘로렌초 데 메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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