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원 영어 창작극 공연
비비안 계의 작품 ‘방탕한 딸’
코믹·극사실적 대사 돋보여
LA 한국문화원(원장 김재원)이 30주년을 기념하여 칼스테이트 노스리지(CSUN)와 공동으로 주최한 영어 창작단막극 공연이 지난 19일과 20일 문화원 3층 아리홀에서 열렸다. 공연은 오는 26일과 27일에 두 차례 더 있으나 이미 티켓이 다 팔린 상태다.
문화원이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창작 영어연극 공연을 개최하기는 처음으로, 신선한 시도였다고 평가된다. 100석이 채 안 되는 작은 홀이지만 첫날부터 만석을 이루었으니 ‘성공’이라 해도 될 것이다. 사실 공연은 CSUN의 주도로 제작(김아정 연극역사학 교수)됐고, 연기자들과 연출가(더그 케이백 연극학과 교수) 모두 프로페셔널이란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문화원도 크레딧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약 1시간 길이의 단막극 두 편은 부담 없이 감상하기 좋은 작품들이었다. 등장인물이 2~4명이고 무대도 바뀌지 않는 소품들이라 좀 단조롭긴 했어도 빠른 페이스의 스토리에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서 그런대로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2세 작가 비비안 계의 작품 ‘방탕한 딸(Prodigal Daughter)은 탁월한 극본과 아버지(Dana Lee)와 딸(Jully Lee)의 열정적인 연기로 관객들의 많은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전형적 1세 아버지와 그에 반항하며 집을 떠났던 딸이 5년 만에 만나 관계의 회복을 이뤄가는 이 작품은 잘못하면 상투적인 내용이 될 수 있었으나 코믹하고 극사실적인 대사의 극본과 두 배우의 훌륭한 연기가 작품의 맛을 한껏 살려주었다.
음악을 가야금(유희자)으로 처리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튀지 않으면서도 한국적인 음색이 느껴지는 선율로 연극 공연의 흐름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느닷없이 등장하는 아리랑 노래(현경)는 거슬렸다. 주류사회에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리랑이 등장해야 하는지, 그것도 사모관대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클래식 성악가가 한 번도 아니고 잠깐도 아니고 그렇게 한참동안 아리랑 아라리오를 노래해야 하는지, 공연장의 크기를 고려하지 않는 소프라노의 고성에 좀 짜증이 날 뻔 했다.
이참에 문화원 3층의 아리홀에 관해서도 한마디 해야겠다. 평소에도 음악회나 영화, 세미나 등에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도대체 이 공연장은 누가 설계했는지 매번 개탄하게 된다. 입구부터 잘못 놓은 탓에 나중에 온 관객들은 들어가기가 힘들고 객석의 구조도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데다 의자들은 또 어찌나 삐거덕대는지, 침묵까지도 대사의 한 부분인 연극을 감상하는 동안 몸을 사리느라 이번에도 무지하게 힘을 쓰다가 나왔다.
<정숙희 기자>
‘방탕한 딸’에서 딸(줄리 리)과 아버지(데이나 리)가 언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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