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CA 아쉴 고르키 회고전 9월20일까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를 태동시킨 아르메니아 출신 화가 아쉴 고르키 회고전(Ashile Gorky: A Retrospective)이 6일 LA다운타운의 현대미술관(MOCA)에서 개막됐다. 전후 미국의 현대미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고르키(1902~1948)의 작품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이 회고전은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기획하여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시한 후 런던의 테이트 모던으로 옮겨가 2월부터 5월까지 전시됐으며, 마지막으로 모카에서 오는 9월20일까지 석달 동안 쇼가 계속된다.
아르매니아 출신 추상표현주의 화가
사고·가정불화 등 고통 못 이겨 자살
드로잉·유화·조각 등 120여점 전시
짧고도 순탄치 않은 삶을 살다간 고르키는 1902년 아르메니아에서 태어나 1915년 터키 정부의 아르메니안 대학살 참상을 어린 나이에 목격한 후 1920년 가족과 함께 조국을 떠나 미국으로 왔다. 미술학교에 적을 두기도 했으나 거의 독학으로 화가가 된 그는 뉴욕에서 당대의 화가들과 교류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했으며, 1941년 결혼한 후에는 처가의 농장이 있는 버지니아로 이주하면서 미국의 자연 풍경에 고향의 기억이 용해된 아름다운 작품들을 그리기 시작한다. 1946년 스튜디오의 화재로 작품 27점이 소실되고 바로 이어 직장암 수술을 받은 그는 상실의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1948년 교통사고로 목뼈가 부러져 팔이 마비된 그는 설상가상으로 아내가 자신의 친구이자 멘토인 로베르토 마타와 바람을 피우자 1948년 7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번 회고전은 고르키의 25년 화가 인생의 작품들을 연대순 혹은 주제별로 보여줌으로써 입체파의 영향을 받은 초기작품으로부터 추상초현실주의를 지나 추상표현주의가 만개한 말년의 작품까지 작가의 예술적 변화를 진지하게 살펴볼 수 있는 동선을 제공하고 있다. 세잔의 영향을 받은 초기 작품으로부터 고통과 번민에 찬 마지막 작품에 이르기까지 고르키의 드로잉과 유화, 조각품 등 120여점이 고루 전시돼있다. 연필, 차콜, 잉크로 그린 수많은 드로잉들을 보면 얼핏 구체적인 형태가 없어 보이는 추상화 한 점에도 얼마나 많은 밑그림을 그렸는지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대표작들인 ‘화가와 어머니’(Artist and his Mother), ‘약혼’(Betrothal), ‘폭포’(Waterfall), ‘구성’(Organization), ‘번민’(Agony) 등 여러 개의 연작들과 함께 그의 죽음 당시 이젤에 걸려있던 미완성의 ‘마지막 작품’(Last Painting)까지 걸려있다.
한편 작년 11월15일부터 지난 5월3일까지 전시 예정이었던 모카 30주년 기념전 ‘컬렉션: 모카의 첫 30년’(Collection: MOCA’s First Thirty Years)이 오는 7월12일까지로 연장돼 아직도 모카가 소장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미술작가들의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이번 고르키 회고전은 이 기념전이 열리고 있는 모카 그랜드의 전시장에서 주요 작품들만 남기고 반 정도를 철수한 공간에 꾸며진 것으로, 앞으로 한달간은 고르키 회고전과 함께 그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추상표현주의 작가들 마크 로스코, 윌렘 드쿠닝, 잭슨 폴락, 프란츠 클라인 등의 작품들을 바로 옆방에서 함께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Museum of Contemporary Art 250 S. Grand Ave. LA, CA 90012 moca.org
<정숙희 기자>
고르키는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소재로 여러 점의 ‘화가와 어머니’(1926~36)를 그렸다.
아르메니아의 전통 약혼식을 소재로 그린 연작 ‘약혼 I’(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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