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금값은 네배가 뛰었다. 같은 기간에 미국의 최고 우량주 500개 주가를 평균하는 S&P 500지수는 1,500선에서 26% 이상 하락한 1,100선을 밑돌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아직도 10년 전에 비해 50%가 떨어져 있는 상태다.
닷컴버블 붕괴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나스닥 지수가 최고치에서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에 있을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그에 비해 금은 왜 그리도 강세를 보였던 것일까?
금 그 자체는 좋은 투자대상이 못된다. 주식처럼 배당금이 나오거나 채권이나 은행 CD처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옛부터 금은 장식품으로 사용되었던 것이 대부분이었고 최근까지도 금이 장식품에 쓰이는 용도는 52%를 넘는다. 그 외에는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의 금고에 있는 금괴와 투자용 또는 수집용 금괴와 코인 제작에 쓰여 왔다. 금이 공업용 생산에 사용되는 비율은 불과 12%에 지나지 않는다.
금은 ‘가치보존’이라는 경제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요 공급의 언발란스도 이유가 되겠지만 금값이 오르는 가장 큰 원인은 금 매매의 기준이 되는 화폐단위, 즉 달러의 가치 하락이다. 마치 소금용액에 물을 더하게 되면 맛이 싱거워지듯이 일정한 달러량이 통용되고 있는 경제에 달러를 계속 찍어 넣게 되면 달러가치는 희석된다.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곡물, 귀금속, 원유처럼 공급이 일정한 실물들의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빠질 조짐이 보인다면 얼마든지 양적 통화증가(QE, Quantitative Easing)를 실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QE 정책은 결국 달러를 더 찍어내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싱거운 음식에 물을 더 부어넣겠다는 말이다.
투자에서는 ‘가치’와 ‘가격’에 대한 차이를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1온스짜리 금화(28그램 또는 7.5돈)의 가치는 고급 양복 한 벌 정도였다. 100년 전 1온스짜리 금화는 25달러였고 지금은 1,250달러 정도다. 다시 말하면, 지난 100년 동안 금 1온스의 가치는 고급 양복 한 벌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가격은 50배가 오른 것이다. 그것은 100년 전에 비해 달러의 가치가 98%나 상실했다는 말과 같다.
지난 50년 동안 미국 GDP는 5,260억달러에서 14조6,000억달러로 27배 증가했다. 같은 시기에 금값은 35배가 올랐다. GDP를 금으로 재환산하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계산된다. 달러로 환산된 GDP(생활 수준)은 증가를 보였으나 인류의 가치척도 기준인 금으로 환산한 GDP는 그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충격이 아닐 수가 없다. 삶의 척도를 ‘가격’으로 보는 것과 ‘질’로 보는 것에 대한 차이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경제와 정치를 좀 더 심오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요즘처럼 금값이 오르는 것을 그저 또 다시 스쳐 지나게 될 버블의 하나로 간주해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요즘 미국 정계와 월스트릿 뱅커들의 도덕과 윤리성, 그리고 한탕주의식 자본주의에 젖어 있는 국민들의 의식에 변화가 오지 않는 한 금값의 정점은 어디가 될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GyungJe.com, (213)703-7662
토마스 박
<시너지투자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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