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바둑종목 첫 금메달을 차지한 이슬아(왼쪽)와 박정환이 금메달을 깨물어보고 있다. <연합>

중국 꺾고 아시안게임 첫 금 차지
혼성복식서 극적인 반집승, 동메달도 차지


한국 바둑이 아시안게임에서도 만리장성을 넘었다.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된 바둑에서 역사적인 첫 금메달은 한국의 차지였다.

22일 중국 광저우기원에서 벌어진 바둑 혼성복식 결승에서 한국대표로 나선 박정환(17)-이슬아(19) 조는 중국의 셰허-송룽후이 조와 289수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흑으로 반집승을 거뒀다.

289수까지 가는 대 접전 끝에 계가 결과 박-이 조는 1집반을 졌으나 중국이 대국 도중 수순을 어겨 벌점 2집을 받은 덕에 극적인 반집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흑을 잡은 박정환-이슬아 조는 초반 4귀를 차지하는 철저한 실리작전을 펼쳤고 백을 쥔 중국은 자연스럽게 세력바둑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한국은 포석에 실패하며 좌변에 백의 큰 집을 허용해 초반부터 바둑은 불리했고 박-이 조는 우변과 상변 바꿔치기를 시도하며 반상 변화를 도모했으나 미세한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한국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중국의 남자선수 셰허가 긴장한 나머지 순서를 착각해 자기 순서에서 착점을 하지 않았고 초읽기에 몰린 송용혜가 벌점을 감수하고 수를 두어버린 것. 이번 대회에서 착수 위반은 벌점 2집이 주어졌고 결과적으로 이 차이가 승부의 명암을 가르고 말았다. 대국 뒤 셰허 7단은 “너무 긴장해서 내 순서를 잊었다”고 말했고 송룽후이는 “시간이 자꾸 가는 바람에 내가 둘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순간은 박정환이 곧바로 착수 위반을 항의해 벌점 2집을 이끌어냈다.

결국 2시30여분의 대접전을 마치고 계가한 결과 한국은 1집반이 모자랐지만 중국이 2집 벌점으로 짜릿한 반집승으로 정상에 오르게 됐다. 한국의 양재호 감독은 “오늘밤은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최고의 순간이다”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으며 남자단체전의 에이스 이세돌은 “이렇게 극적인 승부가 없다. 정말 너무 기쁘다”라며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한국은 앞서 준결승에서 박정환-이슬아에 패해 3-4위전으로 밀려난 최철한-김윤영 조가 대만의 저우쥔쉰-헤이쟈쟈 페어를 1집반 차로 꺾고 동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바둑 첫 경기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휩쓸며 손바람을 낸 한국은 23일 시작되는 남자단체전과 여자단체전에서 종합우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