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을 다녀온 후 만나는 사람들에게 모국의 발전상을 들려주는 것이 하나의 버릇처럼 되어 버렸다. 대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방 도시는 물론 농촌까지 사회자본이 완전히 구축되어 있고 전국을 그물처럼 엮어놓은 빠르고 쾌적한 교통망 그리고 각종 편의설비 등은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향상되어 있었다.
천지가 개벽했다고 할까? 어딜 가도 풍성한 먹거리와 상점마다 가득 쌓여있는 물건들, 곳곳에 세워진 공연장과 전시관 같은 예술 공간, 수많은 스포츠와 위락시설, 길거리에서 수시로 마주치는 외국 관광객들. 이제 한국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잘 사는 나라, 국민들은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폼 나는 국민이 되었다.
영구 귀국은 어렵더라도 해마다 2-3개월을 한국에서 지내리라 마음이 들 정도로 가슴을 뿌듯하게 만들어 주는 좋은 나라로 바뀌었다.
지난 3월 서해의 남한 해역에서 해군함정이 북한군의 어뢰 한방에 두 동강 나면서 졸지에 수십 명의 장병이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11월 하순에는 연평도에 떨어진 적의 포탄에 대통령을 위시하여 군 수뇌부가 갈팡질팡 허둥대는 쇼를 연출했고 비슷한 시기에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방역망을 뚫어 채 한 달도 못돼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고층아파트에서는 똑같은 문제로 대형화재가 발생했고 검찰총장의 특별성명이 가시기도 전에 어린 소녀가 유괴범에 희생되기도 했다.
대의정치의 본산인 국회의사당은 격투기장이 되더니 마침내 선량들은 피켓을 들고 길거리로 몰려나오는가 하면 해양 순시선을 받은 중국의 불법어선은 처벌도 받지 않고 풀려났으며 수뢰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와 기업체 임원들이 줄줄이 끌려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도시 구석과 그늘진 곳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빈곤층과 소외계층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일련의 현상들은 한국사회의 구조적이고 원천적인 부조리, 즉 내실보다는 외형에, 관리보다는 실적을 중시하는 업적주의, 거기에 적당주의와 뿌리 깊은 배금사상이 연합하여 총체적인 부정부패를 낳은 결과이다.
한국사회는 겉모양은 번지르르하고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한군데도 온전하게 바로 서있지 않다. 상당수 청소년을 포함하여 일부 사람들은 줏대 없이 헛바람만 들어 멀쩡한 우리 것을 뜯어 고치고 외국 것을 모방해서 자신이 그들처럼 격상되는 것으로 착각하거나 문화인으로 행세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은 많은 부분 그럴듯한 포장지로 미화된 체질이므로 한국 국민들은 그 진면목과 실상을 바로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적과 안보, 독재정치와 시장경제, 역사와 정체성을 바로 알 때 비로소 제 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전화위복의 사건으로 김정일에게 감사장를 줘야 할 일이다. 아무런 준비와 대책 없이 북한의 전면 침공이 있었다면 한국은 자중지란으로 주저앉고 말았을 것이다.
새해에는 온 국민이 새로운 각오로 나라 곳곳을 살피고 고쳐서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건강하게 튼튼한 나라를 만들어 통일의 대업을 준비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조만연
수필가·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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