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아온 첫 주말, 미국은 애리조나 투산에서 일어난 총기사건으로 피로 얼룩졌다. 전국 TV 화면은 민주당의 가브리엘 기퍼즈 여성 하원의원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헬기로 병원으로 실려 가는 장면으로 채워졌다. 존 롤 연방법원 판사와 70대 노인과 9.11에 태어난 9세난 여자 아이를 포함해 6명은 숨지고 13명이 부상당했다.
22세의 제러드 러프너가 기퍼즈 의원의 머리에 총을 발사하고 주변 사람들을 무차별 난사한 후 붙잡혔다. 기퍼즈 의원은 중간선거에서 티파티 후보의 거센 도전에 맞서 당선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건강보험 개혁법에 찬성표를 던지고 반 이민정서가 짙은 애리조나의 불법이민자 단속 이민법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티파티로부터 집중적으로 돌팔매질을 받았다.
티파티의 지지를 받는 새라 페일린은 지난해 기포드 의원 등 민주당 후보 20명을 ‘꼭 낙선시켜야 할 후보’로 선정한 뒤 자신의 웹사이트에 지도를 만들어 민주당 후보 지역구에 총기 과녁 표시를 달아놓았다.
페일린은 이어 자신의 트위터에 “물러서지 말라, 대신 총을 재장전하라”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이것이 이번 총기사건의 불씨가 되었다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그녀는 웹사이트에서 과녁표시를 지워버리고 기포드 의원과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달했다.
연일 미국에서 총기사건으로 총성이 멎지 않는데 왜 총기판매나 총기소유에 법적인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총기협회(NRA)의 막강한 힘 앞에서 총기규제 논란은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메이플라워를 타고 온 초기 개척자에게 있어서 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 인디언과 야생동물과 싸워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데 총은 생존의 무기였다. 독립전쟁으로 자유를 쟁취했고 남북으로 분열되었던 나라를 오늘의 미합중국이라는 하나의 국가로 만든 것도 총의 힘이었다. 우아한 미국 대통령 부인 낸시 여사도 머리맡에 총을 놓고 잠이 든다고 한다.
첨단 테크놀로지 시대에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최첨단 IT 장비들 없이는 살아갈 수 없듯이 미국인들에게 총은 자유와 기본권과 자신을 지키는 분신과도 같은 상징물이다. 애리조나는 총으로 원주민을 몰아낸 서부 개척자들이 미국인들에게 총기 대중문화의 낭만을 심어준 본고장이다. 또한 애리조나는 멕시코 전쟁에서 전리품으로 얻어낸 땅이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투산 경찰국장은 “애리조나는 증오와 편견이 난무하는 수도로 전락했다”라고 말했다. 애리조나의 반이민 분위기는 다민족이 공존의 삶을 누리는 국가적 통합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흑인 대통령이 백악관 주인이 되자 티파티 회원들은 압력솥에 갇혀 있던 증기처럼 분노의 분출구를 찾아 폭발시키고 있다. 그들은 이 나라를 건국한 유럽계 백인들이 늘어나는 히스패닉, 아시아인들에게 밀려나고 있다면서 인종주의 성전(Racial Holy war)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이번 총기사건의 참극이 티파티가 몰고 온 돌풍을 잠재울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박민자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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