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이 흔들리고 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이후 불같이 퍼지는 중동 각 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동은 5,000년 전 인류의 문명이 최초로 발상한 곳이지만 한번도 민중의 힘으로 무엇이 이루어진 일이 없었던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황무지이다.
예멘, 모로코, 요르단, 시리아, 알제리, 수단 등에서도 불안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나 가장 크고 직접적인 관심은 이집트에 집중되어 있다.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이 이슬람 과격파에게 암살된 후부터 정권을 유지해 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 국민의 열기가 식을 것 같이 보이지 않는다.
튀니지에서도 그랬지만 지금 이집트에서도 펼쳐지고 있는 민중의 움직임 가운데에서 세계인들의 관점으로부터 볼 때 가장 주목해야 할 측면은 이것이 풀 뿌리 민중의 봉기일 뿐 아니라 이제까지 중동의 정치 운동에서는 빼어 놓을 수 없었던 요소 중 하나인 종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지 않는 이슬람의 믿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유대교 국가인 이스라엘이 중동의 심장부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후부터는 종교가 정치와 국가에 갖는 영향력이 한도 없이 증폭되어 중동의 정세를 복잡하게 만들어왔다.
이란에 신정체제가 구축되고 탈레반이 극단적인 이슬람 정권을 아프가니스탄에 세우고 오사마 빈 라덴이 알카에다를 이끌며 소위 지하드 (종교적인 성전)를 시작한 후부터는 온 세계가 중동지방에서 일어나는 민중의 움직임을 일종의 위협으로 보게끔 습관이 들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불안이 이제까지 대부분의 서방 세력, 특히 미국이 독재적인 중동 정권들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구호 아래에서 지지해오던 근거였다. 그러나 현재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위 군중들이 외치고 있는 구호에는 종교적인 색채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봉기를 통하여 중동의 민중들은 그들이 결코 광신적인 폭도들이 아니며 다른 세계인들과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준 것 같다.
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 교도들은 대화가 불가능한 비이성적이고 걸핏하면 폭력에 기대는, 그것도 죄 없는 사람들을 무차별하게 죽이는 테러와 자살폭탄을 불사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생각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중동의 민중들을 탄압하는 독재자들과 종교의 가면 밑에서 극단적인 정치사상을 실현하려고 하는 테러리스트들이 투영하던 허상이었을 뿐이다.
다행히도 미국정부는 이 메시지를 이해한 듯이 보인다. 1일 무바라크 대통령이 9월까지 집권한 후 하야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후 오바마 대통령은 “질서적인 변화가 의미 있게 평화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뿐 아니라 그 변화는 지금 시작되어야만 한다” 라고 발표하였다.
당장 하야할 것을 들어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타국의 내정에 공식적으로 간섭할 수 없는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강경한 발언이다. 물론 아직도 이집트 군부의 태도가 바뀌면 중국의 군부가 천안문 광장에서 무자비한 살상을 했던 것 같은 비극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언제고 터져야만 했던 중동의 변화가 시작된 지금 민중의 편에 서야 하는 기회를 놓치면 아마도 미국은 두고 두고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혁명이 성공하든 못 하든 중동의 민중들은 그것을 길게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철회
법정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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