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내가 실수를 하거나, 낭패스런 일을 당해 풀이 죽어있으면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괜찮아!"
‘찮’에 힘이 주어진 그 짧은 한마디가 얼마나 위로가 되고 큰 힘이 되었던지! 괜찮아, 다음번엔 더 잘 할 수 있어… 괜찮아, 그건 네 탓이 아니야… 괜찮아, 너는 다른 것을 더 잘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해지고 모든 것이 넉넉히 받아들여질 것 같은 안도감을 주었다.
어린아이들에게도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해주면 자신감을 줄 수 있는데, 책을 통해서 그런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아주 아주 예쁜 그림책을 만났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 꼬마가 보기에는 동물들이 참 이상하다. 개미는 너무 작고, 고슴도치는 따끔거리는 가시가 너무 많다. 다리가 없는 뱀, 새면서 날지도 못하는 타조도 마찬가지. 기린은 또 목이 어찌나 긴지 참 불편해 보인다.
그래서 아이는 동물들에게 너는 왜 그러냐고 놀린다. 그런데 모두들 아이의 놀림에 아랑곳없이 "괜찮아!"라고 대답한다. 개미는 작지만 자기 몸무게의 50배가 넘는 것을 들만큼 힘이 세고, 고슴도치는 그 가시 덕분에 사자가 와도 무섭지 않다고. 또 뱀은 다리가 없이도 배의 비늘로 어디든 기어서 갈 수 있고, 타조는 날지 못하지만 얼룩말보다 빨리 달릴 수 있어서 괜찮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동물들이 아이에게 반문을 한다. "그럼 너는?" 아, 잠시 당황한 아이가 생각에 잠긴다. 동물들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평을 늘어놓던 아이. 하지만 사실 아이라고 별반 다를 것도 없다. 아이야말로 작고 연약하고 어설퍼 보이는 것 투성이이니까.
결국 그러는 너는 뭘 그렇게 잘 하느냐고 되묻는 동물들에게 아이가 대답한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을 수 있어!" 라고.
’웃음’은 신이 인간에게만 내린 축복이라고 한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여러 특징들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아이의 웃음, 그 건강한 웃음이야말로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아이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힘이자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이 책은 모두들 ‘괜찮아!’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동물들과 더불어 아이 역시 자신의 가장 특별한 능력 중의 하나인 환한 웃음을 발견하게 한다. 그 커다란 웃음은 "괜찮아!"라는 기분 좋은 말과 함께 아이에게 따뜻한 위로와 큰 만족감을 전한다.
두달 배기 아가도 “괜찮아”라는 말을 알아듣는가?! 소설가 한 강씨의 시 ‘괜찮아‘에서 그녀가 주는 대답이다.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중략>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이영옥
대학 강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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