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외진 곳에도 한인이 살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한인이 살지 않을 것 같은 시골 마을에도 한인 식당 간판과 유학생들은 있다. 허허벌판 중소도시에 한인 공동체라고는 교회 1곳, 식당 2곳, 식료품점 1곳이던 인디애나주의 사우스벤드에서는 교회와 식료품점이 한인사회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50명 안팎의 한인들이 작은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었는데 어찌 보면 그곳 한인 이민역사의 첫 시작인 셈이다.
반면 LA 한인사회는 ‘해외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곳’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다닌다. 그만큼 미국 전역과 해외 각 한인사회에서 관심이 높다. 해외에서 한인의 정체성과 문화를 지키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대표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년여 동안 해외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LA는 그 명성과 달리 해외 한인사회의 ‘망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LA 한인회 갈등과 양분 사태는 ‘한인사회 권익 지키기와 봉사’라는 본연의 모습과는 분명 동떨어졌다.
당초 LA 한인회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한인회관 건물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은 한미동포재단도 올 1월 양분사태를 겪었다. 당사자들은 마치 “LA 한인회도 회장 자리를 놓고 싸우는데 우리라고 새 이사장, 새 이사회를 만들지 말란 법 없다”라는 모습을 보였다. 한인사회 구심점 역할을 하던 LA 한인회가 그 본분을 잃자 너도나도 “내가 최고”라고 외치는 꼴이다. 어느 단체고 자리를 놓고 싸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한인사회 권익증대와 참된 봉사’란 본분은 한낱 겉치장에 불과하게 됐다.
지난 16일 늦게나마 갈등 당사자들이 한곳에 모여 LA 한인회 ‘화합’을 약속했다. 스칼렛 엄 회장과 새 한인회 박요한씨는 공동합의서에 서명한 뒤 지난 1년여의 잘못을 사죄했다. 그들이 약속한대로 한인사회 구심점으로 LA 한인회가 도약하길 바란다. 그래야 다인종?다문화 사회인 LA에서 한인 1세, 2세, 3세들이 한인이란 자부심을 갖고 동화할 수 있다.
‘우리 삶의 터전’을 잘 가꾸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LA 한인회가 수십 년 역사의 정통성을 지키는 방법도 한인사회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가능하다. 스칼렛 엄 회장과 이사들의 마음가짐과 행동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무엇이 한인 공동체를 위한 일인지 진중하게 고민하고, LA와 한인사회를 잇는 참된 교두보가 되길 바란다.
LA 한인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 한인 개개인의 참여도 중요하다. ‘내 일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LA에 사는 이방인에 불과하다. 이민자로 이 땅에 뿌리내리기로 한 이상, 공동체 일에 관심과 참여를 보이는 ‘애정’이 필요하다. 80대의 한 한인 원로는 “개개인이 끊임없이 교양을 쌓는 노력을 하고 품성을 갖추어 만나면 LA 한인사회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김형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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