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애틀 청년의 이색적인 모험담이 작년 노동절 연휴를 코앞에 두고 한 지방신문에 소개됐다. 4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워싱턴주의 전체 493개 시(city)를 모두 답사했고, 스노퀄미 패스 등 32개 산간통로를 직접 자동차로 통과했으며, 34개의 페리를 모두 승선했다는 얘기다.
데이빗 윌리엄스라는 이름의 이 청년은 첫 탐사여행을 끝내자 곧바로 2차 여행에 나서 주내 총 23개의 등대를 섭렵했고, 45개 수력발전댐을 찾아갔으며, 13개 국경검문소를 넘나들었고, 29개 인디언 카지노에 모두 족적을 남겼다. 2차 여행에 소요된 기간도 2년 4개월에 불과했다.
지난 2001년 1월 시작된 윌리엄스의 ‘워싱턴주 방방곡곡 탐사여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2008년 7월 3차 모험에 도전, 현재 122개 주립공원, 52개 역사기념관, 39개 카운티 축제장을 하나하나 찾아다니고 있다. 그는 3차 모험을 오는 2014년 12월에 끝마칠 계획이다.
윌리엄스는 1986년 부모와 함께 워싱턴주 해안을 여행하면서 생소한 이름의 작은 도시들을 수없이 지나게 되자 앞으로 워싱턴주의 모든 도시를 샅샅이 찾아다니기로 마음먹었다. 그로부터 15년 후인 2001년 1월 윌리엄스는 신년결의와 함께 그 구상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라스베이거스, 뉴욕, 파리, 로마 등 외지 관광명소만 선호하고 정작 고향땅 뒷마당을 외면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며 자기 웹사이트(www.visiteverycityinwashingtonstate.com)에 지난 10년간 1차 1만8,168마일, 2차 1만1,663마일, 3차 7,127마일 등 총 3만6,958마일을 주파한 여정의 기록을 사진과 함께 올리는 한편 앞으로 방문할 목적지도 소개하고 있다.
그는 고교시절부터 워싱턴주의 역사와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았다며 493개의 순방도시들 가운데 주마간산 격으로 지나친 곳은 한 곳도 없고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시 공무원이나 우체국장을 만나 그 도시의 역사와 전설, 산업 등에 관해 얘기를 듣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동남부 콜럼비아 카운티의 스타벅 마을에선 여시장이 직접 동네를 함께 돌며 역사를 설명해주면서 “144번째 시민이 될 아기가 2~3일 안에 탄생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려줬다고 했다. 이런 귀한 인연은 현지를 직접 찾아가지 않고는 만들어질 수 없다고 윌리엄스는 강조했다.
그는 모든 도시가 나름대로 특색이 있지만 그 가운데 원주민 말로 ‘땅에 난 구멍’이라는 뜻의 칼로터스(프랭클린 카운티), 1996년 미 전국 100대 미관도시에 선정됐던 워싱턴주 최 동북단의 메탈린 폴스(펜드 오레일 카운티), 캐나다 속의 미국영토인 포인트 로버츠(왓콤 카운티), 수상비행기나 배로만 갈 수 있는 워싱턴주 최고의 오지 스테히킨(셸란 카운티) 등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모르거나 잘못 아는 지명도 있다. 예를 들면 워싱턴주에서 9번째 큰 페리(Ferry) 카운티는 서부해안이 아닌 동부의 캐나다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고 Ferry도 배가 아닌 워싱턴주 초대 주지사였던 엘리샤 페리에서 딴 것이다. 워싱턴주에서 가장 늦게(1911년 11월1일) 카운티로 지정된 펜드 오레일 카운티의 이름은 동북부 인디언 원주민들이 달고 있는 금귀고리에서 딴 것이다.
비교적 짧은 10년 동안 워싱턴주를 샅샅이 누빈 윌리엄스는 밥 먹고 여행만 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는 시애틀 근교의 도시들은 주말 당일치기 여행으로 도로를 따라가며 여러 도시를 둘러봤고, 먼 곳은 연휴나 휴가를 이용해 숙박지를 거점으로 권역도시들을 섭렵했다.
LA에 20년 이상 산 필자도 주말이나 연휴엔 방구석에 붙어 있지 않았다. 애당초 지사파견 형식의 시한부 근무였기 때문에 틈만 나면 여행했다. 캘리포니아는 물론 하와이, 오리건, 워싱턴(캐나다 BC 포함), 애리조나, 유타, 텍사스 등 서부지역과 뉴욕, 워싱턴 DC, 버지니아 등 동부지역에 산재한 40여개 국립공원과 명승지를 가족여행으로 다녀왔다. 시애틀로 전근온 뒤에도 정년은퇴가 임박해 기회 있는 대로 여행했다. 와이오밍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세번째)과 ‘악마의 탑(Devil’s Tower),’ 몬태나의 글레이셔 국립공원, 캐나다 록키 국립공원(밴푸-제니퍼), 사우스다코다의 마운트 러시모어(큰 바위 얼굴) 과 배드 랜드 국립사적지, 아이다호의 코어달렌 등이 시애틀에 머무는 동안 다녀온 곳이다. 훨씬 오래 전의 대륙횡단 취재와 미국 대도시 순회취재 등 ‘솔로 여행’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다음 주말은 메모리얼 데이 연휴다. 5월 마지막 월요일이 낀 이 연휴에 대부분의 미국인이 여름철 여행을 시작해 노동절 연휴(9월 첫 월요일)에 끝낸다. 이 기간엔 워싱턴주를 포함한 전국의 날씨가 대체로 화창하며 자녀들의 긴긴 여름방학과도 겹친다. 필자도 이번 연휴에 어디를 갈지 궁리중이다.
윌리엄스처럼 거창한 탐사여행은 어렵지만 독자들께도 여행을 권한다. ‘먹는 게 남는 것’이라는 말보다는 ‘여행이 남는 것’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가솔린 가격이 턱없이 비싼 게 문제이긴 하다.
윤여춘(고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