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는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사회생활의 ‘중심 공간’이다. 여기서 어떤 인간관계를 엮어나가느냐에 따라 직장은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 이스라엘 연구팀 20년 간 추적조사
일터는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사회생활의 ‘중심 공간’이다. 여기서 어떤 인간관계를 엮어나가느냐에 따라서 직장은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온종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동료들과의 관계가 껄끄럽다면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누가 뭐래도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동료관계 좋은 사람보다 사망확률 2.4배 높아져
보스와의 마찰은 전혀 영향 안 미쳐 의외 결과
지위 높을수록 여성이 스트레스 훨씬 많이 받아
원만치 못한 직장 내 대인관계는 작업능률 저하뿐 아니라 건강상의 문제까지 불러온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이 20년 간 추적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 동료들과 긍정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고 느끼는 근로자들은 비우호적인 작업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보다 사망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장 내에서 감정적 지지를 거의, 혹은 전혀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동료들과 단단한 유대감을 공유하는 근로자들에 비해 20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2.4배나 높게 나왔다.
사내 정치(office politics)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 위해 텔아비브대학 연구진은 지난 1988년, 정기 신체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은 820명의 성인들을 모집했다. 이렇게 모집한 820명과의 개별 인터뷰를 통해 연구진은 이들의 직업을 파악한 후 직장내 상사와 동료들과의 관계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캐냈다.
질문의 초점은 상사와 동료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이들과의 관계가 우호적이고 생산적인지 여부에 맞춰졌다.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조사 대상자들의 연령대는 25세에서 65세 사이였고 조사 시작 당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후보들은 표본샘플에서 제외됐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820명을 추려낸 연구진은 이후 20년 간 이들의 정기 건강검진 기록을 매년 추적해 조사했고 연구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는 고혈압과 비만, 음주습관, 흡연, 불안감이나 우울증 등 ‘위험 요인’들을 찾아내 통계적 조정을 거쳤다.
연구가 끝난 2008년까지의 20년 간 820명 가운데 53명이 숨졌는데 이들 대부분이 직장내 인간관계에 부정적 평가를 내렸던 사람들이었다. 물론 사망의 상관관계와 인과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았고 사망원인을 구체적인 요인들에 결부시키기 힘들었지만, 연구진은 이 조사를 통해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의외의 결과는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가 사망위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비해 상사와의 관계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는 이제까지의 통설에 배치된다. 일반적으로 직장내 최대 스트레스 제공자는 감정적 코드가 맞지 않는 ‘상사’일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보스와의 관계는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근로자의 사망위험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 특기할만한 결과는 개인이 인식하는 직장 내 업무 통제력 수준, 즉 사내 지위가 사망위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하지만 성별에 따라 사내 지위는 서로 엇갈린 방향으로 작용했다. 즉 일일업무 처리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재량권이 허용된 남성근로자의 사망위험이 낮아지는데 비해 여성의 경우는 정반대로 위험이 최고 70%까지 가중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텔아비브대학 조직행동학과 교수이자 논문작성자인 샤론 토커 교수는 연구를 시작할 당시인 20년 전의 전형적인 직장환경과 성적 역할변화가 이같은 차이와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직장환경은 이전의 철두철미한 남성중심주의 문화에서 다소 벗어나긴 했으나 아직도 남성적인 환경이 완강히 자리 잡고 있다. 남성동료들이 대다수인 직장의 분위기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여성은 여전히 가사와 육아를 담당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대내외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터에서 높은 수준의 업무통제력을 행사하는 여성은 같은 위치에 선 남성에 비해 훨씬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가정과 일 사이의 균형잡기가 만만치않다는 얘기다.
직장 동료들간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커 박사는 “요즘 직장인들은 주로 전자통신 수단으로 동료들과 교류하는 시대”라며 사내 인간관계를 진작시키려면 직원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원들 사이의 긍정적 관계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기업에 이득이 된다”며 경영진에게 “야유회나 회식을 정기화하고 휴식시간에 잡담을 즐길 수 있는 커피 코너를 마련하는 등 직원들의 대면 기회를 확대”할 것을 권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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