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사람 - 한인식품상 총연 허종 남가주지부 회장
폭동 피해자인 국제 한인식품주류상총연합회 남가주지부 허종 회장이 4.29폭동재단 설립 추진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당시 사우스LA 리커 전소 지켜보며 울분
폭동의 원인·피해 등 진실 남기기 절실
그는 그 날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자신의 사업체가 완전히 전소된 그 날 그의 아메리칸 드림도 시커먼 재속에 묻혔다.
그는 매년 4월이면 우울증에 시달린다. 마음이 착잡한 정도가 아니라 머릿속은 멍하고 입에서는 한숨만 나오는 이 같은 증상을 벌써 20년 가까이 앓고 있다고 했다.
1992년에 발생한 4.29폭동 피해자인 국제 한인식품주류상총연합회 남가주지부 허종 회장의 이야기로 그가 폭동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사다.
허 회장은 “내년이면 벌써 폭동이 일어난 지 20년이 된다. 가정은 산산조각
이 났고 병마에 시달리는 등 아직도 폭동의 상처를 완치하지 못한 한인들이 많다. 한인들이 다시는 엄청난 폭동의 피해자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현재 LA에서 네이츠 프렌들리 리커를 운영하고 있는 허 회장은 “한인들은 폭동이 한인사회에 안겨준 시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왜 폭동이 일어났는지, 누가 피해를 입었는지 자료를 수집해 정확한 기록을 진실 된 역사에 남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동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던 사람들도 찾아내 한인사회의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것이 바로 허 회장이 폭동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배경이다.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허 회장은 1974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왔다. 이민 초창기 시절 롱비치 소재 보잉항공사에서 일했던 그는 1983년 LA 한인타운에서 마켓을 운영했으나 타운에 대형 마켓이 등장하면서 영업이 부진하자 마켓을 처분했다.
그리고 허 회장이 손 댄 것이 LA 남쪽 크렌셔 블러버드와 67가 인근 존스 리커스토어다. 그는 “당시 월 매상이 5만5,000~6만달러 정도에 달할 정도로 리커스토어는 장사가 잘 됐다”며 “삶의 터전이었던 리커스토어에 귀중품, 현찰, 영주권, 가족사진 및 모든 서류를 보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도 폭동 당일 일어났던 일을 생생하고 기억하고 있다. 알고 지내던 고객들이 오후 4시쯤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가라고 권유했습니다. 느낌이 좋지 않아 종업원을 먼저 귀가시키고 오후 6시쯤 리커스토어의 문을 닫았습니다.
평소에는 리커스토어에서 당시 살고 있는 한인타운까지 자동차로 20분이면 도착했는데 그 날은 거리마다 지키고 있던 폭도들이 피부가 검지 않은 운전자들이 모는 차를 막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들을 피해 골목으로 운전하느라 타운까지 오는데 2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이 때 처음 나의 피부색이 검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존스 리커스토어가 전소된 것을 알았던 그는 “폭동 다음날 리커스토어를 찾아갔더니 불길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었다”고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불길이 완전히 꺼져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아메리칸 드림도 사라졌다고 했다.
허 회장은 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자신이 기꺼이 충당할 계획이다. “재단을 설립하는데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이를 남은 인생의 숙원 사업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재단 설립에 뜻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고무적인데 사심이 없는 헌신적인 사람들이 재단 설립에 관여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323)731-8900
<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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