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을 찾아 온 어느 젊은 엄마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의 문제 행동이 걱정 되어 자리에 앉자마자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고 나서는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묻는다. 늘 듣는 이야기이기는 하나 자신은 아들 교육을 위해서 항상 “최선”을 다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한숨을 쉰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녀를 적게 낳는 추세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기들이 부모에게서 사랑을 충분히 받아보지 못한 섭섭함 때문인지 자기가 낳아서 키우는 아이에게는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주려는 듯이 온 정성을 다 바친다. 마치 ‘완벽한 부모’가 되려는 듯한 태도가 가정에서 엿보이고 학원 등지에서는 ‘정보수집과 교환’이라는 이름의 엄마들 모임에서 엿보이기도 한다. 젊은 부모들의 노력과 적극적인 태도는 바람직한 것이기는 하나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노력’이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하는 방법의 문제인 것이다.
이처럼 무조건적인 사랑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젊은 부모들일수록 자신들이 아이들을 위해서 늘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믿고 있으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이를 자랑삼아 이야기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내가 눈짓만 해도” 부모가 하라는 일이면 무슨 일이든지 “알아서” 해 놓는다거나 아니면 “반드시” 내가 생각했던 대로 행동하면서 “공부 밖에 모르는 착한 아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부모를 훈련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는가? 어느 할아버지 댁에 아들 내외가 손자, 손녀들과 함께 들렸다. 지나는 길이어서 잠시 인사나 드리려고 들렸다면서 자리에 앉았고 그 사이에 어린 손녀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고 싶다면서 TV 앞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아이들은 “이제 집에 가자”는 부모의 말씀을 듣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리모컨을 손에 쥐고 정신없이 화면만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기다려주던 부모가 다시 한 번 “가야 돼” 하면서 TV를 껐고 그 순간 딸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면서 “조그만 더 보면 끝나는 데” 하며 더 보겠다고 울면서 보채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울며 보채는 손녀를 덥석 안고는 문밖으로 나서면
서 다음에 다시 오면 더 볼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손녀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손녀는 차 안에서도 울음을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할머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할머니 역시 “다음에 오면”이란 말로 손녀를 달래 보냈다.
사실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별 일도 아니겠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그것도 잠시만 더 보면 끝나는데 시간을 정해놓은 것도 아니면서 굳이 데리고 가야할 일이 무엇이냐고 섭섭해 할 만도 하다. 그러나 잠시 섭섭한 마음을 달래주려고 아이들의 요구에 쉽게 응해주는 것이 새로운 문제 행동을 배우는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부모들은 간과하고 있다.
대체로 부모들은 아이들이 잘하고 있을 때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잠시라도 눈에 거슬리는 행동이나 문제 행동이 보이기만 하면 이런 행동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면서 크게 야단을 치거나 달래면서 이를 바로 잡아주려고 타이르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지도 요령이다.
심리학의 강화이론에서는 이러한 행동지도 방법을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에 부적절한 강화를 주어서 문제 행동을 유지시키고 학습시키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떼를 쓰는 행동’이나 ‘고집부리기’ 또는 ‘나쁜 습관’ 등은 모두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학습된 행동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훌륭한 부모, 멋쟁이 부모가 되는 길은 자녀들의 바람직한 행동에 보다 많은 관심과 칭찬을 해 줌으로써 바른 행동을 강화시키는 일이다.
이규성/ 가정프로그램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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