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식 목사
이춘식(목사)
25년 전, 동료 신학생들과 로버트 드니로 주연 영화 ‘미션’을 보면서 목회의 사명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더불어 신학공부를 하면서, 그 목회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한 나의 그릇은 참으로 작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 작은 종도 은혜가운데 부르셔서 한국의 전라북도 진안 배넘실 마을로 인도하여 주었다.
아름답고 귀한 보물들이 감추어져 있는 진안, 이곳에 올 때 두 가지 소원이 있었다. 하나는 도시의 물질문명에 황폐해진 나의 마음을 자연을 통해 회복하고 싶었고 또 하나는 하나님이 맡겨주신 교회를 잘 감당하는 것이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농촌과 자연에 사는 것에 감사와 기쁨이 충만하니 첫 번째 소원은 이루어진 것 같고, 하나님이 주신 사명은 완수하지 못했으니 두 번째 소원은 이루지 못했다. 하나님은 사명을 완수하지 못한 자를 포기하지 않으시니 고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하나님은 파라과이와 브라질 국경부근에 있는 과라니족을 섬겼던 가브리엘 신부의 모습을 통하여 내가 감당해야 하는 미션을 깨닫게 해주었다. 교황청이 파송한 가브리엘 신부는 과라니족을 통하여 잠시나마 잃어버린 낙원을 회복시켰다. 그곳에는 세상을 지배하던 포르투갈도 없었고 스페인도 없었다. 그곳은 탐욕스러운 두 나라의 눈치를 보는 교황청도 없었다. 본래 하나님이 창조하셨던 자유와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에덴동산과 같았다. 그러나 그 낙원은 탐욕을 채우려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곳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탐욕스러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 과라니족들을 노예로 삼아야 했기 때문이다.
교황청조차도 두 나라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하여 가브리엘 신부와 과라니족이 이룬 낙원을 외면했다.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실천하여 낙원을 이루었던 가브리엘 신부는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었다. 이에 분개한 로드리고와 다른 신부들이 과라니족들과 함께 총을 들고 낙원을 파괴하려는 무리들과 맞서 싸웠지만 가브리엘 신부는 불편부당한 모든 불의함을 참고 자기를 따르는 과라니족들과 함께 오직 사랑의 십자가만을 붙들고 최후를 맞이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최후를 맞이한 가브리엘 신부를 생각하고 오늘도 꿈꾸며 기도한다. 이 곳 배넘실 마을이 천지만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자유와 평화, 사랑이 넘치는 낙원으로 회복되기를 기도한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미션은 이곳을 찾는 교인들의 가정마다 웃음소리가 넘쳐나게 하는 것이었다. 오병이어의 역사를 이루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경제 문제를 해결하여 도시로 갈 수밖에 없는 어려운 농촌을 회복시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교인들이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리게 하는 것이 나의 미션이었다.
그러나 이 일은 결코 쉽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완수하지 못했다. 더구나 지금은 마을 운영위원장까지 맡았으니 이제는 100여 명 정도 사는 마을의 가정마다 웃음소리가 넘쳐나게 해야 하는데 인간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십자가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곳은 요즘 삶에 지치고 피곤한 미주한인들의 새로운 정착과 쉼터로 관심을 사고 있다. 이들에게도 웃음이 넘쳐나고 새로운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기적의 열매가 맺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넘실 마을에서 이런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은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날마다 그 분의 자비를 구하고 있다. 언젠가 떠날 세상이지만 잠깐이라도 천지만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랑과 자유, 평화가 넘실대는 배넘실 마을이 되기를 소원한다.
이춘식(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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