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투표를 하려 해도 어느 정당에서 누가 나왔는지, 그 정당의 공약과 정책이 뭔지도 잘 몰라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투표하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재외투표가 시작된 28일 비엔나의 투표장을 찾은 김 모씨(센터빌 거주)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영주권자인 그에게 주어진 정당 및 후보자 정보는 중앙선관위에서 보내준 이메일이 전부. 그 이메일에는 첨부파일로 20개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과 각 정당의 선거공약이 들어 있었다.
김씨는 “그 당의 비례대표가 누군지 일일이 들여다보기도 힘들었지만 대다수 정당들은 공약조차 없어 재외 유권자를 무시하는 게 아닌가 싶어 불쾌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상 첫 재외선거가 ‘묻지마 투표’가 되고 있다. 유권자들의 선택의 기초자료가 될 정당 및 후보자 정보가 절대부족한데다 선거공약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가 제공하는 정당 및 후보자 정보는 이름과 직업, 나이, 성별, 학력, 경력 등 한 줄에 간단한 후보자 정보만 담고 있다. 이 한 줄짜리 정보 외에 나머지는 재외 유권자들이 알아서 짐작해야 한다.
더군다나 주요 정당들의 공약도 부실해 재외 유권자들의 판단 자료가 전무한 실정이다.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의 경우 아예 공약을 선관위에 제출하지 않아 재외 유권자는 안중에 없는 듯한 인상이다.
민주통합당은 7개 공약을 제시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를 검토하겠다’는 식의 립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책임 있는 공약이 아니라 그럴싸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나마 자유선진당의 공약이 간단하지만 성의가 있어 보일 뿐이다. 한국의 유권자들에는 온갖 달콤한 공약을 쏟아내는 정치권의 두 얼굴을 보는 듯하다.
재외선거의 성공의 의미는 높은 투표율에만 있지 않다. 해외에 사는 유권자들이 권리를 바르게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 모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게 하는 것도 그 의미 중의 하나다. 그러나 현재의 재외선거는 유권자들이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비교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결여돼 있다. 낮은 유권자 등록률 때문인지 각 정당들의 무관심도 도를 넘었다.
“뭘 보고 투표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올 대통령 선거에서도 계속 될지 궁금하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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