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공력이 빚어낸 하모니는 ‘우리의 날개’ 40년의 무한도약처럼 돋보였다. 홍어삼합처럼 잘 조화된 번스타인의 곡과 신동의 국악, 김정택의 피아노 맛은 봄밤의 서정과 어우러지며 유쾌한 콘서트를 창조해냈다.
대한항공 미주취항 40주년 기념 및 워싱턴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창단 10주년 기념음악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2일 저녁 케네디센터의 테라스 극장에서 본보 후원으로 개최된 음악회에는 최영진 주미대사 부부, 이진걸 대한항공 미주본부장, 조앤 김 워싱턴 지점장을 비롯한 음악 애호가들이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2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1부는 김영수가 지휘하는 워싱턴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무대. 애국가와 미 국가 연주에 이어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레오나르도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가 서곡으로 선택됐다. 애런 코플랜드의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르’가 이어지고 카밀레 생상스의 ‘피아노 콘체르토 2번 G 마이너 op22’가 배찬양의 피아노 협연으로 선사됐다. 배찬양은 마법의 신처럼 기교의 다채로움으로 악보의 정형을 뛰어넘으며 청아한 판타지의 공간을 연출해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시대를 연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Liber tango)’의 신명이 퍼져나갈 때 금발의 바이올리니스트는 미동도 않은 채 현의 향기를 토해냈고 객석에서는 무대로 뛰쳐나가 정열의 플라밍고 댄서가 되고픈 충동을 참는 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다시 번스타인의 ‘세 개의 댄스 에피소드(Three Dance Episodes from “On the Town”)’가 전해지자 테라스 극장의 천장은 객석에 충만한 행복의 바이러스를 담아내기엔 너무 낮았다.
2부는 범접 못할 클래식의 공허한 수사 대신 경쾌한 열정과 환희로 채운 시간이었다. SBS 예술단장 김정택은 피아니스트로, 때론 사회자로 무대를 이끌며 르네상스적 예인의 재능을 다분히 보여주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작은 별’ 등 그의 음악은 감미롭고, 그의 웃음소리만큼이나 유쾌했다.
미국인 친구의 색소폰 연주에 이어 국악소녀 송소희의 찬연한 무대가 열렸다. 송 양은 김정택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민요인 ‘배 띄워라’와 ‘아리랑’을 열창하며 객석의 숨을 멎게 했다. 풍부한 성량과 감정, 빼어난 곡 해석 능력은 소리의 지층을 오래 탐험해온 거장들보다도 신비로울 정도였다.
이어 젊은 연주자 Skim의 피아노와 김정택의 키보드가 어우러지고 테너 안영수의 무대도 마련돼 기쁨을 안겨줬다.
이경신 오케스트라 단장은 인사말을 통해 “창단 공연을 한 장소에서 10주년 음악회를 다시 열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기쁘고 행복한 10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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