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큰 기부로 감동전한 심상돈 ‘스타키코리아’사장
보청기 전문회사 ‘스타키 코리아’의 심상돈 사장을 다시 만난 노병들은 반가움에 얼굴이 활짝 피어났다. 생존해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가장 젊은 사람도 80대에 육박할 나이. 심 사장과 대화를 나누던 올해 87세인 윌리엄 웨버 한국전기념공원기금재단 회장의 목소리에는 진한 감사의 마음이 배어있었다. 그럴 만했다. 워싱턴 DC 한국전 기념공원에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추모의 벽’이 의회에서 7년 이상 표류하고 있을 때 심 사장이 구원병으로 나선 것이다. 그것도 예상 공사비 700-800만달러의 반을 훨씬 넘는 500만달러 상당의 기금을 그림으로 기부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한국전 참전 노병들에게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기부인 셈이다.
꼭 일년 전 이맘 때 웨버 회장의 기사를 보고 자신이 소장한 오세영 화백 그림 100점을 내놓기로 작정한 심 사장은 그후 몇 번을 더 미국을 왕래하며 참전용사들과 만났고 지난 23일에는 축소 그림 사본을 전달했다.
‘스타키’ 본사가 있는 미니애폴리스에 들렀다 워싱턴에 왔다는 심 사장은 “추모의 벽 건립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그림 경매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일이 잘 돼서 7월쯤 법안이 통과되면 10월부터는 미국과 한국에서 그림 판매를 시작하고 모든 기금은 모두 건립재단에 전해질 예정이다. 경매도 단순히 그림만 파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취지를 홍보하고 기금 모금에 대한 참여도 높인다는 계획.
심 사장은 그림을 기증하기로 마음먹은 동기에 대해 “웨버 회장은 카투사가 아니었으면 미군이 더 많이 죽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하지만 사실 진정 감사를 표해야 하는 쪽은 우리 아니냐”고 몇 번씩 말했다. 이들이 시작을 안했다면 한국사람들이 먼저 시작했었어야 할 일이었고 자신은 모금에 있어 하나의 기폭제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심 사장은 “한국전 기념공원 조성 때도 한국 대기업들이 많이 지원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뜻있는 분이나 기업이 나서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기증하기로 한 오세영 화백 작품들은 평생 모은 것들이고 나중에 미술전시관을 세우면 그곳에 전시될 것들이었다. 한국 카투사전우회를 설립하고 1, 3대 회장을 지낸 뒤 현재 명예회장으로 있는 그에게 미군과의 우정은 각별한 것이었고 “추모의 벽에 희생 카투사들의 명단도 넣겠다”는 웨버 회장의 말은 심 사장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작년 7월 미국 출장 비행기 안에서 웨버 회장의 기사를 읽고 기부를 바로 결정했지만 지금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지난 해 미국 본사 주최 컨퍼런스에서 ‘최고경영대상’을 받을 만큼 1996년 한국 지사장 취임 이후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해온 심 사장의 용단은 기업 발전은 ‘행복한 사회와 동행하는 것’이라는 소신에서 나왔다. 한국에서 ‘행복나눔 소리 사랑 콘서트’를 개최해 청각장애인들에게 문화 예술 체험을 제공해왔고 매년 매출액의 2%는 사회에 환원된다. 앞으로의 목표는 청각재단을 설립해 보다 체계적으로 난청인들을 돕고 교육센터도 운영해 새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나누지 않으면 편치 않은 심성은 2사단에서 위생병으로 근무할 때 미군 동료에게서 배웠다. “어느 흑인 병사가 일요일이면 꼭 고아원을 방문하는데 한국말을 모르니까 나보고 같이 가자는 거예요. 처음에는 이 친구가 왜 그러나 싶더니 나중에는 감동이 오더군요. 행복을 나누는 게 자연스런 삶의 일부였던 겁니다.”
그는 현재 한국 장애인부모회후원회 공동대표도 맡고 있고 이들에게 사무실을 무상 임대도 해주고 있다. 스타키 코리아의 전 직원은 이 후원회 회원이다.
“먼저 남에게 도움을 주다보면 결국 사업에도 도움이 돼더라”고 말하는 심 사장은 “추모의 벽 건립 프로젝트는 한미유대를 강화하고 발전시키는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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