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도 유행이 있는 것 같다. 한때는 학교에서까지 “열린”이란 접두어를 붙여놓고 “열린 학교”니 “열린 학급”이니 하면서 즐겨 쓰더니 이번에는 그런 열풍이 잠잠해지면서 “참”이란 말이 접두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 말 역시 교육에까지 영역을 넓혀서 지금은 “참교육”이란 말로 쓰이고 있다. “참”이란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기는 하는데 도대체 “참교육”이란 어떤 교육을 의미하는 걸까? 또 참교육에 참여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지난 6월 9일 오후 3시 알링턴에 사는 초등학교 일 학년짜리 손자가 이번 학기 마지막 게임이라고 하면서 야구장으로 나오라는 전화를 두 번씩이나 해 주었다. 그동안 야구 클럽에 참여하면서 야구에 재미를 붙였다는 소식도 들었고 간간이 홈런도 쳤다는 자랑을 들었던 터라 궁금하기도 해서 약속된 경기장으로 나가 보았다.
이번 학기 마지막이라던 게임은 오후 3시 정각에 시작되었다. 그 또래의 어린 선수들이 유니폼을 잘 차려입고 두 줄로 늘어서서 서로 인사를 나눈 후에 공격할 팀은 벤치로 가서 순서대로 공을 때리는 연습을 하고 있었고 수비팀은 각자의 위치로 나가서 자리를 잡고 타자가 친 공이 날아오기만 하면 곧장 달려가 잡을 준비를 하고는 야구 글러브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 경기에서 투수와 포수는 자원봉사를 하는 아버지들이 맡아서 공을 던지고 받고 하는 말하자면 어린이용 변종 야구경기였다.
그런 탓에 이 경기에서는 “삼진아웃” 등의 전통적인 야구규칙은 적용되지 않았지만 공격팀 선수가 공을 치고 출루하다가 터치 아웃(touch out)을 당하는 선수가 세 명이 되면 수비팀과 교체가 되는 단순한 규칙만 적용하는 것 같았다. 투수는 어린 선수가 배트(Bat)로 공을 칠 때까지 계속 던져주는 성의를 보였고 어린 선수들은 자신의 헛스윙과는 상관없이 날아오는 공을 때려 보려는 노력을 계속하였다. 여러 번의 헛스윙 끝에 배트에 맞은 공이 수비팀 앞으로 날아가기만 하면 응원을 나온 학부모와 자원봉사를 하는 코치들은 공을 친 선수와 그 공을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는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면서 격려하고 있었다. 공을 치고 들어오는 선수는 물론 수비를 하는 선수들 모두 즐겁기만 한 야구경기는 수비와 공격이 몇 차례 이어지면서 한 시간 30여분 만에 끝이 났다. 양팀 선수들은 시작할 때처럼 두 줄로 늘어선 후에 서로 손을 마주치면서 격려와 칭찬을 주고받으며 다음 학기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헤어졌다.
이제 경기는 끝났고 아이들은 다시 부모들이 있는 응원석으로 모였다. 이때 학부모 중 한 분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흩어지려는 아이들을 불러 모아 놓고 코치 선생님을 이들 가운데로 모셔왔다. 그러고는 “여러분!” 하면서 큰 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어린 선수들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더니 아주 조그마한 “선물” 상자를 드렸다. 순간 코치 선생님을 둘러싸고 있던 어린 선수들은 그 선물을 받아들고 있는 코치 선생님께 선물 상자를 열어 보라고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코치 선생님은 학부모님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그래, 우리 함께 열어보자!”고 하더니 어린 선수들 앞에서 그 상자를 열고는 안에 들어있던 “야구 글러브 모형”의 작은 선물을 들어보이며 학부모님들께 다시 한 번 더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 주변에 모여 있던 선수들과 학부모들은 힘찬 박수로 답례하는 것으로 모든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참 교육이란 거창한 구호나 이론을 바탕으로 한 교육이 아니며 유행에 따라 교육의 주변에 머물다가 떠나 버리는 공허한 교육은 더욱 아니다. 어린아이들에게 참여와 협동의 가치를 알게 하고 성취의 기쁨을 맛보도록 하는 교육이며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서로간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 가르침에 감사하고 이에 보답하는 마음가짐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결국, 참교육이란 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 모두가 참여하는 교육인 셈이다.
지난 30여년의 세월, 학생을 가르치고 이들과 함께 공부해 오면서 참교육을 실천했다고 자부했던 나였지만 이날의 야구경기는 나에게 참교육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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