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지역 한인 업소를 상대로 불법적으로 돈을 뜯어오던 한인 조직폭력배들이 연방법원에 기소됐다는 보도<본보 29일자 A1면>가 있은 뒤 같은 일당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소위 ‘번개’라는 이름으로 통하던 두목 유한사(43)와 조직원 유제형(29) 등 이들이 저지른 범행 수법이 법치 국가인 미국 한복판에서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무모하고 황당한 것들이 많아 혀를 차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카페에 찾아가 칼을 꺼내 들고 발톱을 손질하는 척 하며 암묵적으로 주인과 종업원들을 협박해 돈을 갈취하기도 하고 한인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 이물질 때문에 이를 상했다고 생떼를 쓴 뒤 보상금을 요구하는 등 갖은 치졸한 방법을 동원했다. 어느 미장원에 찾아가서는 “보호비를 내지 않으면 영업을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애난데일에 위치한 A 식당의 매니저 B씨는 약 일 년 전 번개가 다른 한인 남성들과 함께 왔던 일들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한참 음식을 잘 먹고 있던 이들은 갑자기 주인을 찾으며 소란을 피웠다. 돌을 씹어 이빨이 상했다는 주장이었다.
B 씨는 “번개는 아니었고 그 옆에 있던 사람이 돌 때문에 이빨을 상했다며 거칠게 항의를 해 보험으로 처리해드리겠다고 말했었다”며 “이빨을 확인했을 때 약간 부서져 나간 것 같은 모양이긴 했지만 정말 돌 때문에 그랬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문제를 확대시켜서는 안된다는 부담감과 또 손님에게 죄송한 생각 때문에 B 씨는 가능한 빨리 보험 처리를 해주려고 노력을 했고 지금도 당한 듯한 기분은 지울 수 없다.
애난데일에 위치한 다른 한식당 주인 C 씨는 얼마 전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크지도 않은 식당이고 귀중 물품도 없지만 비싼 돈을 들여 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역시 번개 때문이었다. 그나마 노골적으로 소란을 피우며 영업을 방해한 것은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나타날 때마다 C 씨의 마음은 불쾌했다. 적은 액수라도 ‘용돈’을 주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은 만약을 위해 증거라도 잡아놓자는 생각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C 씨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이런 부끄러운 작태들이 한인사회에서 사라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반대로 택시업을 하는 D 씨가 번개와 조우한 케이스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인 조폭들을 어떻게 퇴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여서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하루는 번개가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 또 다른 택시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번개는 단도직입적으로 상납을 요구했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던 D 씨는 맞받아쳤다. “네가 뭔데 감히 나에게 돈을 달라고 하느냐. 네 마음대로 해봐라. 난 절대 너에게 돈을 줄 수 없다.”
뜻밖에 강한 상대(?)를 만난 번개는 주춤했다. 그러더니 한 번 보자는 것이었다. 불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못 만날 게 뭐냐는 생각이 들어 D 씨는 그러자고 했다. 그랬더니 번개는 조금 누그러진 자세로 “일주일에 한 건 정도 손님을 인계해줄 수 없느냐”며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이 자가 기가 꺾였구나 하고 눈치 챈 D 씨는 더 세게 나갔다. 물론 안 된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것 저것 구차한 말을 하는 번개에게 D 씨는 조금도 양보를 안했고 그 이후로 귀찮은 전화를 하는 일은 없었다.
D 씨는 “나도 배짱이 있는 사람이라 한 번 붙어보자 하고 대들었지만 이게 보통 사람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마음이 약한 사람, 어떤 약점이 있는 사람들을 골라 괴롭히기 때문에 이들의 소행이 더 괘씸하게 느겨진다”고 말했다.
D 씨는 번개에게 당한 다른 택시업주의 딱한 처지도 알고 있다. 바로 번개에게 택시회사를 인수 받은 사람이다. 한인 여성이었던 이 피해자는 3만달러의 권리금을 주고 번개로부터 택시회사 운영권을 샀지만 이 회사는 라이센스가 취소돼 곧 문을 닫아야 했다. 나중에 보니 이 회사는 처음부터 문제의 소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고 D 씨는 번개가 이 사실을 알고도 택시 사업에 무지한 한인 여성을 꾀여 회사를 팔아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해 번개 일당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애난데일의 모 카페는 보다 확실한 조치로 이제 발을 뻗고 잠을 잔다. 어떻게 치한들을 퇴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업주는 번개에게 입은 피해들을 사법당국에 정식 고발했고 번개가 사업체 주변 몇 피트까지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명령서를 정식으로 얻어낼 수 있었다. 불법에 당당히 맞서 싸울 용기만 있다면 의외로 쉽게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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