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떡’ 응용한 챕스 등 개발, 주류 입맛 사로잡아
이민혁(왼쪽)씨와 박성환씨가 베스프렌의 챕스를 소개하고 있다.
“디저트로서의 떡의 가능성을 전세계에 증명하고 싶어요.”
마카롱으로 대표되는 고급 디저트 시장에 떡으로 도전장을 내민 박성환, 이민혁씨. 82년생 동갑내기 ‘절친’인 이들은 올 봄 디저트업체 ‘베스프렌(Besfren)’을 설립, 각종 파티와 이벤트에 초청돼 호평을 받고 있다.
베스프렌이 선보이고 있는 13종류의 챕스(Chaps)와 2종류의 미니챕스파이는 찹쌀떡 형태의 디저트다. 초코크림 카라멜 칩스와 그린티 레드빈, 카라멜 애플 등 이름만 들으면 서양식 디저트가 연상되지만 챕스라는 이름이 찹쌀떡에서 따왔듯, 한국식 먹거리를 응용해 개발된 한국식 디저트다.
박성환씨는 “한국의 ‘달고나’를 잘게 부숴 크림 재료로 활용하는 등 어린 시절 우리들의 먹거리를 활용해 개발한 한국식 디저트”라며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건강한 고급 디저트라는 점에서 마카롱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마카롱에 결코 밀리지 않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3년전 친구의 친구로 만나, 누구보다 대화가 잘 통한다는 이유로 친해진 두 사람이지만 처음에는 요식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학교 2학년때 도미한 이씨는 회계를 전공,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한국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한 박씨는 5년전 뉴욕에 온 유학생이었다. 진로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두 사람은 한 예능 프로그램을 계기로 디저트 사업에 눈을 떴다.
박씨는 “뉴욕 한복판에서 타인종에게 떡을 시식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며 “프로그램에서는 떡은 질감(Texture)때문에 뉴욕에서 통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는데, 그 점에서 바로 떡 시장의 희소성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떡 관련 지식이 전무한 이들은 인터넷과 지인들을 총동원, 떡 연구에 들어갔다. 지난해 2달간 한국을 방문한 박씨가 떡 제조방법을 배워왔고 마카롱 전문사인 매드맥(Mad Mac)의 셰프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뉴욕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과제를 내고, 1주일에 한번씩 만나 연구하기를 3-4달 동안 지속했다.
주머니 사정이 변변치 않았던 이들의 연구소는 맨하탄 로어이스트의 한 바였다. 손님이 없는 낮시간 동안 메뉴개발에 몰두한 결과 끈끈한 떡의 질감을 약화시켜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디저트로 개발해냈다.
1년만에 떡 초보에서, 전문가로 변신한 이들은 올 2월 코리에 첫 납품을 시작했고 3월부터는 크리스탈밸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맛을 본 사람들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영사관과 지미추 매장, 뉴욕아시안 영화제 등의 굵직굵직한 각종 이벤트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업 초창기, 임시 키친인 맨하탄 로어이스트의 바에서 고작 30개를 굽던 두 사람이 지난주 구워낸 챕스의 갯수는 1,000개를 넘어선다. 두 사람은 전문 디저트 가게들이 즐비한 어퍼이스트에 개점을 준비, 마카롱에 정면 도전할 계획이다. 이들은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디저트바인 교토푸와 치칼리셔스 등은 일본적인 디저트를 추구하는 곳”이라며 “지금은 일본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아시안 디저트 시장이지만 한식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포장과 분위기에 신경을 쓴다면 고급 디저트인 마카롱과 대적해도 문제없다는 것.
이들은 “한인들이 떡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타인종에게는 어필하기 힘들 것이라고 선입견을 가진 경우를 보게 된다”라며 “떡이 디저트 시장에서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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