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학사모를 꼭 쓰고 싶어요.”
전신마비로 20년을 넘게 보내온 장애인 윤석언 씨가 말도 하기 힘든 몸으로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을 잇달아 거둬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희 사이버대학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3월 이 대학 미디어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한 윤 씨는 2011학년도 1학기 평점 4.3만점에 4.033을 받았고, 2학기에도 4.040점으로 성적 우수장학금을 받았다.
누운 상태에서 오로지 머리만을 움직여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윤 씨가 학기 당 6과목이나 수강하면서도 지금까지 전 과목 A의 성적을 놓치지 않은 것은 놀랍기만 하다. 윤 씨는 책장조차 넘길 수 없어 모친과 자원봉사자들이 교과서를 일일이 스캔해서 이메일로 보내면 컴퓨터 화면으로 공부한다. 따라서 책 보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며, 리포트 작성도 남들보다 몇 배의 시간이 소요된다.
윤 씨는 선교사를 꿈꾸며 에버릿칼리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1년 당시 23살에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목 척수를 다쳐 목 아래 온 몸이 마비됐다. 윤 씨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부착된 안경으로 작동하는 컴퓨터를 이용해 책을 읽고, 리포트와 메일을 작성한다. 모친 이용기 씨는 “아들의 성격이 밝고 긍정적이며, 노력을 많이 한다”며 “잠자는 시간 3-4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공부를 한다”고 전했다.
1990년 이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윤 씨는 2015년으로 예정된 졸업식 때 4반세기 만에 그리운 고국을 찾아 학사모를 쓰는 꿈에 부풀어 있다.
윤 씨는 장애에 대해 “내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기에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는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윤 씨는 지난 2001년 말 절망하지 않고 신앙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사색과 고백의 시 60편을 담은 시집 ‘마음은 푸른 창공을 날고’를 출간, 장애인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편 워싱턴지역 서울대동창회와 한국대학동창회협의회(회장 김기옥)는 28일 윤씨가 있는 콜럼비아 소재 로리엔 너싱홈을 방문, 장학금을 전달하고 격려했다.
두 단체는 지난 4월 모금 골프대회를 열어 장애인 지원 기금 4,000여 달러를 모아 2,600여 달러를 버지니아 장애인협회(회장 수잔 오)에 전달하고, 나머지 1,500달러를 윤씨에게 전했다.
송상회 전 서울대동창회장은 “동문들뿐 아니라 동포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았다”며 “본인의 의지가 강건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윤씨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옥 회장은 “인생은 희망을 갖고 사는 것”이라며 “희망 속에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두 단체는 내년에도 골프대회를 통해 기금을 모금, 장애인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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